[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카카오모빌리티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옵션을 동원해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Exit·엑시트) 작업을 본격화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깐깐한 중복상장 규제를 고려해 ADR을 택했는데, 이러한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 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변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기존 FI들이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지가, 국내에서는 모회사인 카카오 주주를 위한 보호 방안이 충분한 지 등이 향후 허들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이를 적용받았던 선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케이스는 사실상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대신 미국行…외국계 IB 총출동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모건스탠리, UBS 등 다수의 외국계 IB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미국 ADR 상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TPG 등 기존 FI가 보유한 지분을 활용하는 구주매출 구조다.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반적인 IPO와 달리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미국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율에는 최대한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다만 해외 상장 역시 국내 중복상장 규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중복상장 규제의 핵심은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일반주주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을 따져 이사회와 주주 차원에서 적절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는 데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조치를 취해야 '충분한 주주보호'로 인정되는지 참고할 선례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 아직 1호 사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금융당국에 문의해도 어느 정도의 레벨이면 주주보호 의무를 충분히 다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지 명확한 답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마다 모자회사 관계와 사업영역, 지분율 등이 달라 금융당국도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예컨대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지분을 현물배당하더라도 어느 정도 비율이어야 충분한지 정해진 숫자는 없는 상태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어떤 방식으로 카카오 주주 보호 논리를 설계하느냐가 국내 절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美에선 '밸류' 중점…韓 '주주보호' 관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해외 기업 상장등록 서류인 F-1을 비공개로 제출하는 컨피덴셜 파일링을 진행했다.
향후 SEC와 서류 보완 절차를 거쳐 퍼블릭 파일링으로 전환하면 사업과 재무정보, 공모 구조 등이 공개되고 실제 상장 작업도 본격화된다.
IB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넘어야 할 허들로 미국에선 적정 밸류에이션 확보, 국내에선 주주보호 방안 통과 등의 과제를 지목하고 있다.
우선 SEC는 국내 거래소처럼 기업의 사업성과 성장성을 판단하기보다 투자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했는지를 중심으로 심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SEC 문턱 자체보다 미국 투자자들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평가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결국 TPG 등 기존 투자자가 원하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미국 시장에서 나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가 중복상장을 자본시장 제도 개선의 주요 과제로 다뤄온 점이 부담이다.
이에 더해 해당 가이드라인 도입 이후 처음 등장하는 대형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부쩍 커진 점도 부담이다.
더욱이 카카오그룹은 과거 계열사 상장 과정에서 중복상장과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만큼 보는 눈은 더 많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복상장이 민감한 정책 아젠다인데 가이드라인 시행 후 첫 사례가 카카오 계열사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얘기가 시장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신주발행 없다"…방어논리 고도화하는 카카오
이같은 시장과 투자자들의 논리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신주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이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거래가 기존 FI의 구주매출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동일한 국내 시장에 함께 상장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내에서 모자회사가 동시에 거래되면 같은 투자자 자금이 두 회사로 나뉠 가능성이 커진다. 모회사에 할인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ADR은 투자자 풀 자체가 다르다.
특히, 미국에서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경우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가치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FI의 투자 시점과 기간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TPG는 지난 2017년부터 5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외국계 PEF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자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TPG의 경우 이미 투자한 지 9년이 지난 FI다. 향후에도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투자와 회수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미국에서는 기업가치를, 국내에서는 주주보호의 타당성을 각각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특히 신주 발행 없이 기존 FI 지분만 미국에서 매각하는 구조까지 중복상장 규제상 어떻게 평가할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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