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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강남대로에서 만난 '미국식 멕시칸'과 'K-멕시칸'

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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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폴레 강남점(오른쪽)과 쿠차라 팝업스토어(왼쪽)

[촬영: 정수인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멕시칸 음식 브랜드 매장 두 곳이 불과 10m 거리를 사이에 두고 이웃이 됐다.

2일 글로벌 멕시칸 패스트캐주얼 브랜드 치폴레의 아시아 1호점이 강남에 문을 열었다. 1993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시작해 전 세계 4천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치폴레가 아시아에 처음 문을 두드린 날이다.

치폴레 강남점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국내 멕시칸 음식 브랜드 쿠차라의 팝업스토어를 볼 수 있다. 하림 계열 오드그로서·멕시칸 브랜드와 협업한 'K-MEX' 매장이다.

쿠차라는 지난 달 27일 치폴레보다 먼저 매장 문을 열었다. 당초 치폴레가 오픈 일정은 먼저 예고됐지만 공교롭게도 두 브랜드가 같은 시기에 같은 상권에서 손님을 맞게 됐다. 쿠차라 팝업은 오는 30일까지 35일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두 브랜드는 닮은 구석이 많다. 신선한 재료로 매일 매장에서 조리하는 브랜드라는 점도 유사하다. 이제껏 쿠차라는 한국판 치폴레라고도 불려 왔다.

주문대 앞에 서면 부리또나 볼로 먹을지, 타코나 샐러드로 먹을지 방법을 고른다. 이후 고기와 밥, 콩, 살사 등을 취향에 맞게 골라 한 끼를 완성한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두 매장의 주문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만하다.

가격대도 겹친다.

일반 쿠차라 매장의 메인 재료 가격은 9천900원에서 1만3천900원 수준이다. 팝업에서 파는 한정 메뉴 5종은 일괄 1만2천900원이다. 치폴레 역시 주재료에 따라 가격은 1만2천800원에서 1만4천800원으로 구성됐다.

주문대 앞에서부터는 차이가 조금씩 보인다. 치폴레에서는 밥과 콩, 살사, 치즈, 사워크림, 채소 등 재료를 고르는 데 별도의 추가 비용이 붙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이것저것 담아도 기본 가격은 그대로다. 과카몰레, 퀘소 블랑코 등 일부 재료를 추가할 때만 별도 비용이 붙는다.

직접 먹어보면 '취향에 붙지 않는 추가 비용'의 의미는 꽤 크게 느껴진다. 재료를 하나씩 고르고 추가하다 보면 돈을 더 내지 않아도 어느새 그릇이 꽉꽉 찬다. 현장에서는 재료를 가득 담은 부리또를 직원이 말아내는 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쿠차라는 이번 팝업에서 기존 매장과 다른 메뉴를 꺼내 들었다. 하림과 협업해 양념치킨 소스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 한정 메뉴 타코 5종을 판다. 전날 오후부터는 부리또볼 메뉴도 추가했다.

메뉴를 들여다보면 두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치폴레는 미국에서 먹던 방식을 최대한 그대로 가져왔다. 한국에서도 원재료와 조리 방식, 주문 방식 등 브랜드의 기존 틀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쿠차라는 반대로 한국에서 익숙한 맛을 멕시칸 음식에 섞어보고 있다. 양념치킨 소스뿐 아니라 제육이나 춘천닭갈비처럼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을 멕시칸 음식과 결합한 메뉴도 내놓고 있다.

치폴레가 '미국에서 먹던 멕시칸'이라면 쿠차라는 '한국에서 먹는 멕시칸'인 셈이다. 이런 차이는 두 브랜드가 경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치폴레는 아시아 첫 진출 시장으로 한국을 선택한 만큼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연내 2·3호점 출점을 준비하고 있지만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쿠차라는 팝업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다. 강남대로에 팝업이 위치한 만큼 기존 고객뿐 아니라 주변 유동 인구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굳이 어느 쪽이 승자인지를 따질 필요는 아직 없어 보인다.

결국 이들에게 국내에서 멕시칸 음식이 한식이나 중식, 일식처럼 일상적인 한 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서다. 치폴레가 멕시칸 음식 자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쿠차라가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메뉴를 내놓는다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멕시칸 음식의 접점을 넓히게 될 수 있다. 이웃이 된 두 브랜드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같은 시장을 두드리게 되는 셈이다.

치폴레의 '미국식 멕시칸'과 쿠차라가 만들어가는 'K-멕시칸' 중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쪽은 어느 쪽일지, 일단 두 매장이 나란히 문을 연 강남에서 그 답을 먼저 찾아볼 수 있겠다. (산업부 정수인 기자)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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