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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英 마렉스의 출사표…"가격 경쟁력으로 韓 파생시장 뚫는다"

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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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평사서 'AA-' 획득…증권사 백투백 헤지·자체 노트 발행 공략

"레거시 비용 줄여 가격 경쟁력 확보…韓, 장기 자금 조달에 매력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영국계 글로벌 금융그룹 마렉스(Marex Group·나스닥: MRX)가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획득하고 한국 구조화 파생상품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 증권사 주식파생상품의 백투백 헤지와 자체 파생결합증권(노트) 시장을 동시에 파고들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국내 정책금융기관을 상대로 달러 변동금리채(FRN)를 사모 발행하며 아시아 최초 FRN 발행이자 한국 시장 첫 자금 조달 트랙레코드도 확보했다.

◇"레거시 비용 덜어낸 기술 기반의 구조…가격·금리 경쟁력 확보"

마렉스가 내세우는 핵심 무기는 기존 대형 투자은행(IB) 대비 가벼운 비용 구조다.

마렉스 솔루션 그룹 산하 파이낸셜 프로덕트 부문에서 한국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고경근 상무는 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마렉스는 레거시 코스트, 즉 구형 시스템이나 무거운 인력 조직 부담이 적은 구조로 운영돼 실제 운영 비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며 "동일한 파생상품이라도 가격 매력도 측면에서 뚜렷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 리먼브러더스에서 금융업계에 입문한 고 상무는 씨티그룹을 거쳐 노무라금융투자 서울지점 구조화상품 영업팀을 8년간 이끈 베테랑 파생 전문가다.

고 상무는 지난해 마렉스에 합류해 홍콩을 거점으로 한국 시장 진출 인프라를 다져왔다.

그는 "국내 구조화상품 판매량이 코로나19 이후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해 3개년 투자 계획을 세우고 진입했다"며 "이후 인공지능(AI) 테마를 계기로 국내 증시와 관련 금융상품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나며 진입 적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단기 위주 홍콩·싱가포르와 달라…한국은 2~3년 장기물 요충지"

마렉스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시아 다른 지역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독특한 수급 및 만기 구조에 있다.

고 상무는 "홍콩·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시장은 고액 자산가(PB)를 대상으로 만기 1년 미만, 매월 또는 분기 단위로 조기 상환되는 단기 상품이 주류인 반면 한국은 기관 자금을 기반으로 한 2~3년 만기 상품이 중심"이라고 짚었다.

그는 "해외 상품은 원금 손실 구간에서 레버리지 손실 구조를 적용할 수 있지만, 국내 상품은 대부분 1대 1 손실 구조만 허용돼 경쟁력 있는 금리를 맞추려면 만기가 자연스럽게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10년 이상 장기·원금보장형 상품을 선호하는 국내 기관 수요까지 더해져 한국은 다른 지역과 달리 장기·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체 헤지에서 백투백 헤지로 전환하는 비중을 늘리는 추세 역시 마렉스에는 기회 요인이다.

국내 파생시장을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과 관련해서는 "변동성 국면일수록 원금 손실 위험을 일정 수준으로 통제하면서 수익을 추구하는 맞춤형(커스터마이즈) 상품 수요가 늘어난다"며 "규제 체계를 준수하는 가운데 시의적절한 구조화 상품을 공급하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렉스는 다만 국내 신용등급 획득 이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실제 파생결합증권 발행 사례는 아직 없으며, 현재 증권사를 중심으로 잠재 거래처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고경근 마렉스 상무(Head of Korea Sales)

◇"논뱅크 강점 극대화…ETF 스왑·가상자산 파생도 선점"

이러한 상품 공급의 배경에는 은행계 IB와 차별화된 논뱅크 발행사만의 유연성이 자리 잡고 있다.

고 상무는 "은행 규제를 받지 않아 리스크 관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마렉스는 엄격한 자본 규제와 글로벌 기준의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투자자에게 더 경쟁력 있는 쿠폰 금리를 제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씨티, 노무라 등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거래 상대방 다변화를 원하는 국내 기관에 새로운 대안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전통 파생상품에 더해 급성장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과 가상자산 파생 분야도 미래 먹거리로 정조준하고 있다.

고 상무는 "국내 ETF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가운데, 마렉스는 글로벌 에쿼티 스왑 공급자로서 해외 진출에 나서는 국내 운용사의 해외 자산 소싱을 지원하는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도 "비트코인 기초 고정쿠폰노트(FCN)나 가상자산 담보 레포(Repo) 조달 등은 이미 해외에서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법 제도가 정비되면 선도적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렉스는 현재 홍콩 데스크를 중심으로 영업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라이선스 취득과 서울 사무소 개설도 검토할 방침이다.

◇청산업서 출발해 총자산 421억弗로…상반기 실적 '사상 최대'

마렉스가 이처럼 적극적인 시장 확장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탄탄한 재무 기반과 성장세가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청산업으로 출범한 마렉스는 인수합병(M&A)과 유기적 성장을 거듭하며 중개·청산, 마켓메이킹, 솔루션(장외파생·구조화상품) 등 4개 사업 부문을 갖춘 글로벌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50여개 거점에 3천30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마렉스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실적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421억달러(약 58조원), 자기자본(Equity)은 19억달러에 달한다. 상반기 누적 매출(순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13억8천810만달러, 조정 세전이익(Adjusted PBT)은 57% 늘어난 3억1천86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고 상무가 속한 솔루션 부문의 구조화 노트(Structured Notes)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49억달러(약 6조8천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 급증하며 외형 확장을 견인하고 있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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