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 현상은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공급 충격 탓으로 과거 팬데믹 시기와 양상이 달라 통화정책 대응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CB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이 통화 정책에 중요한 이유' 제목의 블로그 보고서에서 "2021~22년 팬데믹 시기에는 공급 부족, 봉쇄 조치 이후 강력한 수요, 에너지 가격 상승, 정부의 정책 지원 등 여러 강력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 "반면 올해의 인플레이션 상승은 거의 전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 현상이 언뜻 2021~2022년과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의 성격과 규모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ECB는 2007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유로존 데이터를 활용해 베이지안 벡터 자기회귀(BVAR) 모델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인플레이션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수요와 공급 불균형,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 충격, 재정 지원 정책의 효과, 전통적·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등의 요인을 파악했다.
ECB는 2021~2022년의 물가 급등은 에너지 가격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유일한 요인은 아니었다고 해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공급 충격,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충격이 공급 측면에서 작용했지만, 완화적인 재정·통화정책이 수요를 확대한 측면도 있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전적으로 에너지 공급 충격에 의해 발생했다고 봤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5%포인트(p) 상승해 1.7%에서 3.2%로 올랐는데, 거의 전적으로 에너지 공급 충격에 기인한 것이며 재정과 통화정책은 오히려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2021~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은 초기에는 공급 요인이 대부분 주도하는 형국이었지만 이후에는 수요 요인이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고 봤다.
같은 기간 에너지 공급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급등은 2.4%p로 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이후 팬데믹 극복을 위한 총수요 확장 정책은 인플레이션 상승분의 1.3%p로 에너지 공급 충격에 따른 영향 0.9%p보다 컸다.
특히 확장적 재정과 통화 부양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분은 각각 0.6%p와 0.9%p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공급과 수요 측면의 요인이 동시에 맞물린 인플레이션 급등 현상은 2022년 7월부터 시작된 급격한 긴축 정책으로 되돌려졌다는 게 ECB의 판단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1월부터 5월까지 인플레이션 급등의 약 90%가 에너지 공급 충격에 따른 것이었고, 해당 기간 재정과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에 오히려 미미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2021~2022년과 달리 재정과 통화 정책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에 대해 ECB는 중동 전쟁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공급망 위험에 대비해 재고를 비축해 왔고 에너지 가격의 시차 효과 등이 반영되면서 2021~2022년 경기회복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던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ECB는 "수요 측면의 충격은 인플레이션과 생산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상충하지 않는다"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맞추기 위한 강력한 정책 대응은 더 쉽다"고 했다.
이어 "반면에 공급 충격은 인플레이션과 생산량의 방향이 다르게 움직이게 한다"면서 "보다 신중한 통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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