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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우의 채권분석] 중앙은행도 모른다

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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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3일 서울 채권시장은 반등한 국제유가 영향을 주시하며 경계감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민간 고용지표 둔화에 국채금리가 하락한 점은 우호적 요인으로 꼽힌다.

환율도 기댈 재료다. 최근 환율이 크게 내리면서 환율발(發) 약세 압력은 가해지지 않고 있다.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 기대 확대에 원화가 강해지고, 주식과 채권까지 트리플 강세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채권 약세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은 국제유가다. 뉴욕 금융시장에서 반등한 국제유가가 호르무즈 해협 트레이딩을 더 강화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노출도가 크다.

한은의 긴축 속도 둔화에도 유가 상승에 따른 추가 인플레 우려에 기간 프리미엄이 확대되고 중단기물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5거래일 연속 총 8만7천여계약 순매도했다.

국고채 3년 금리가 강세 재료에 3.90% 방어선을 다시 회복할지, '빅피겨'인 4%를 향한 진군을 지속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진화하는 중앙은행…코로나 대응에서 시작된 문제의식

채권시장은 중앙은행의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중앙은행도 미래를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코로나 당시 연준이 뒤늦게 긴축했는지를 '2020년대 연준 금리 결정의 합리화(Rationalizing Fed Interest Rate Decisions in the 2020s)' 논문을 통해 살폈다.

정책 대응 실패를 지적하기보다 당시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서 향후 대응에 교훈을 얻겠다는 취지다.

연준의 첫 번째 패착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데서 비롯됐다. 코로나 이전까지 인플레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뒤늦은 대응으로 이어졌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당시 인플레도 2% 넘었고 고용시장이 강한 상황이었는데 제때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당시 연준은 물가의 지속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2000년대 이후 물가는 올라도 금방 2%대로 돌아오는 흐름이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 셈이다.

필립스 곡선이 평평해졌다는 믿음도 연준이 실기한 배경이다. 경기가 좋아지고, 실업률이 내려가도 물가에 가하는 상방 압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여기에다 실시간 GDP갭 추정의 오차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후 수정된 데이터를 보면 경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잠재 수준을 넘어섰지만, 당시 실시간 자료에서는 경제에 상당한 유휴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반성에서인지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코로나 이후 인플레에 대해 크게 경계하고 있다. 인플레 지표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끈적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앙은행들의 경계감을 더하고 있다.

◇ 이번엔 코로나와 다를 수도

중앙은행의 경계감과 이에 따른 긴축 대응을 이해할 수 있지만,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고민도 든다.

당위성을 수반한 중앙은행 정책이 향후 경제 상황을 제대로 평가한 것이 아닐 수 있어서다. 최근 코로나 인플레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은 코로나 당시와 비교해 약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임금 상승세만 보더라도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강하지 않고, 설문에 기반한 지표에서도 임금 상승 전망이 강하지 않다.

'반도체 머니'가 얼마나 수요측 물가 압력에 파급될지를 두고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한은이 공개한 보고서를 봐도 수요측 물가 압력이 정말 강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한은은 '수요주도 물가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GDP갭률이 1%P 확대될 때 근원 인플레 물가 압력은 0.1%포인트 수준이었다. 부진한 고용지표 대신 GDP갭률을 넣고 필립스 커브를 추정해도 수요측 물가에 가하는 압력이 그리 높지 않은 셈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반도체 낙수효과보다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소비자 심리지표가 꺾였는데, 주식시장 조정 영향이 컸다고 한다. 증시 조정이 지속된다면 심리 부진이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가장 눈에 보이는 확실한 재료가 막대한 반도체 머니 유입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채권시장이 3.50% 기준금리를 거의 선반영한 상황에서 한은이 보는 흐름이 얼마나 맞을지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Rationalizing Fed Interest Rate Decisions in the 2020s 논문

hwroh3@yna.co.kr

노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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