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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단은 어디인가요"…두 달 새 200원 급락, 당국이 보는 것은

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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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외환당국은 지금 환율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환율이 너무 낮아지는 데 대한 경계는 없나요."

외환(FX) 트레이더의 질문이 달라졌다. 불과 몇 달 전 시장의 질문은 정반대였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를 당국이 어디까지 용인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당시에는 1,600원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한 외환딜러는 "시장 참가자들이 이제 1,500원대 환율에 익숙해졌고, 오히려 1,400원 아래로 빠르게 내리면 시장이 놀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정은 놀랍게도 현실이 됐다.

3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은 지난 7월 1,550원대에서 8월 1,360원대로 밀렸고 이날 새벽에는 1,350원대까지 굴러떨어졌다. 지난해 7월 3일 저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연고점(1,561.50원)과 비교하면 낙폭은 200원을 넘었다.

시장은 이제 연저점 전망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1,350원대인지, 1,320원대인지, 혹은 그 아래까지 열려 있는지를 두고 참가자들의 시선은 다시 당국을 향한다.

그러나 당국이 보는 것은 특정한 방향이나 레벨보다 '환율이 움직이는 속도'다.

최근 달러-원 하락에는 분명한 경제적 배경이 있다. 역대급 반도체 수출 호조와 수출기업 네고, 커스터디성 달러 매도와 숏베팅 등이 이어지며 달러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8%를 웃돌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선 위로 뛰었다. 외국인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했다. 통상 달러-원이 상승할 만한 재료가 겹쳤지만 환율은 계속 아래를 향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달러인덱스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달러-원이 하락한 점을 들어 원화가 대외 충격에 '면역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경상흑자, 시장 수급 등을 반영한 원화 강세라면 당국이 그 방향을 인위적으로 되돌릴 이유는 크지 않다. 가격 조정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환율이 단순히 내리는 것과 너무 빨리 내려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신 총재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안정돼야 경제주체들이 앞을 보고 계획하고 투자할 수 있다며 "레벨보다는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에 1,500원대에 맞춰 매출과 자금계획을 세운 수출기업들은 이제 1,300원대에서 달러를 팔아야 한다. 원화 환산 실적과 환헤지 전략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고민이 생긴다.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수입업체가 결제를 미루는 것은 또 다른 변수다. 결제 비드가 줄면 네고를 받아줄 수요가 약해지고, 하락 기대가 다시 매도를 부르는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

당국이 강조하는 '속도 조절'은 두 달간 이어진 하락 추세를 되돌리거나 특정 하단을 방어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누적 낙폭보다 환율 하락 과정에서 시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충분한 비드가 달러 매도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면 환율의 추가 하락도 시장의 선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오퍼가 특정 시간대에 집중돼 얇은 호가를 밀어내거나, 추격 매도세가 변동성을 증폭시킨다면 달러 매수를 포함한 시장 안정 조치가 장중에 나올 수 있다.

당국이 최근 매도 물량의 성격과 흐름까지 폭넓게 점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달러 매도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가격 조정과 일방적인 수급 쏠림을 구분하기 위한 시장안정 업무에 가깝다.

시장이 궁금해하는 환율 하단에 대한 답도 여기에 있다. 당국이 약속한 레벨은 없지만, 수급 쏠림으로 인해 변동 속도가 가팔라진다면 이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올여름, 1,500원대 환율은 시장의 새로운 일상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늦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단말기 화면에는 1,350원대 환율이 자리잡게 됐다.

환절기에는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로 몸에 탈이 나기 쉽다. 외환시장도 마찬가지다.

환율의 방향과 하단은 시장이 정한다. 당국은 두 달 새 200원이 밀린 달러-원의 '환절기'를 시장과 기업이 얼마나 질서 있게 건너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jykim2@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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