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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표의 궁변통구] 천국보다 먼저 지옥이 온다

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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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택 공급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을 빌려 '공급 못 해 미친' 것처럼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 전망을 언급하며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조기 대량 공급, 투기수요 억제, 고금리 등으로 주택 가격이 폭락할 경우에도 대비하겠다는 말도 남겨뒀다. 이후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주택공급 현황을 챙기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공급 의지만큼은 확실하다.

그런데도 왜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을까.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이미 공급 부족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새로운 정책의 충격을 견딜 체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실수요 유도 정책을 폈고 이는 임대료 상승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져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월세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9.7 대책 발표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가 이후 4개월 연속 1%대 상승률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벌인다. 그러자 이 시점에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를 더 이상 유예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상승률이 다소 수그러드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양도세 중과 시행인 올해 5월이 다가오면서 전월세 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잡혔다. 작년 10월부터 전월세 지수가 전월대비 0.5% 오르기 시작하더니 올해 5월에는 1% 이상 오르는 등 급등 양상을 나타냈다. 이후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모두 전월 대비 1% 이상 오르는 등 주택시장은 총체적 난국으로 접어들었다. 이는 시야를 수도권으로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

그림설명: 한국부동산원 월간동향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5년 1월~2026년 7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 지수 추이.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

그림설명: 한국부동산원 월간동향을 바탕으로 작성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의 월간 변동률 추이.

대통령은 미친 듯한 공급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할 때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폭락이라고 표현했지만, 집이 넘쳐 어디에서 살지 고르는 행복한 천국이다. 그러나 천국이 오기 전 계약 만료로 옮겨야 할 집을 찾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전월세 지옥이 먼저다.

민심 이반을 가져오는 부동산 정책은 일하는 사람을 좌절하게 만드는 강남 아파트 가격을 꺾지 못한 데서 오는가,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불어나는 임차료와, 그런 임차료를 주고도 찾을 수 없는 임대주택에서 오는 것인가.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면 이 두 가지는 충돌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급이 태부족한 현재 시점에서는 선택의 문제다. 지금 무주택자들에게 2030년에는 수십만호가 착공되니까 기다리라는 말은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버터와 달걀이 들어간 빵)를 먹으라"던 물색 모르는 16세기 프랑스 귀족이 내뱉은 말처럼 들린다. 그때까지 어디서 살란 말인가.

서울 구청장에게 인허가권을 쥐여 줘 정비사업의 속도를 내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구상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급부족인 상태에서 주택 멸실을 가속하는 정책을 사용하면 임대료는 폭등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멸실 주택에서 나오는 이주민들에게는 든든한 이주비 대출 카드까지 안겨 줬다. 서울·수도권의 주거비 폭등은 예정된 길을 걷고 있다.

규제 강화에 전월세난 가속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초강력 주택 수요 억제책으로 평가받는 10·15대책 후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월세화가 가속하며 전월세값 동반 급등세가 심화되고 있는 26일 서울의 한 부동산에 관련 정보가 부착돼 있다. 2025.10.26 mon@yna.co.kr

정부와 여당에는 아직 카드가 하나 더 남아 있다. 하반기에 발표 예정으로 알려진 주거복지로드맵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주택정책이 공급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주거복지는 주거비 부담을 정면으로 다룰 좋은 기회다. 게다가 주거복지 분야에는 무려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주거급여가 있다.

지난 2016년 도입된 주거급여는 9천853억원에서 출발해 2022년 2조원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3조368억원으로 3조원대를 넘어섰다. 올해만 3조2천308억원의 예산이 주거급여로 배정됐다. 중위소득 48% 이하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임차료와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주거급여는 소득 중하위층의 주거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주택 임대차 시장의 수요 쏠림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편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지급방식을 포함해 주거급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아파트에 집중된 거주 수요를 줄여 전월세난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일반주택공급과 연계하면 매년 3조원이 넘는 자금이 공급자 금융 역할을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요양급여제도가 등장하면서 전국에 요양병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실용적으로 잘 활용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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