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기업 이모저모] 벤츠의 실험은 성공할까

26.09.03.
읽는시간 0

직판제 도입한 벤츠, 단기 판매량은 감소

'동일 가격, 동일 재고' 판매 방식에 소비자 응답할까

(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한 사랑이 유독 큰 나라다. 지난해 한국에서 벤츠는 약 6만8천대 팔렸다. 전 세계에서 다섯번째 많이 판매된 것인데, 자동차 시장 크기가 세계 10위권임을 고려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선호도가 높은 셈이다.

디 올 뉴 메르세데스-벤츠 일렉트릭 GLC

[출처: 벤츠코리아]

그런 벤츠가 한국에서 올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차량 판매에 '직판제'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4월 사실상 직판제에 해당하는 새로운 차량 판매 방식 '리테일 오브 더 퓨처(RoF)'를 시행했다. 전국의 어떤 판매회사, 딜러를 통해서도 동일한 가격과 통합 재고 관리를 제공해, 일관된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딜러마다 가격도, 보유한 재고도, 심지어는 사은품도 달랐다. '독일 3사'로 묶이는 BMW와 아우디도 마찬가지다. 차량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단순히 차종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시장에 발품을 팔아 딜러와 할인 폭을 협상하고, 원하는 차량의 재고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했다.

RoF에서는 이런 지난한 과정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벤츠코리아가 전국의 재고를 통합 관리하고, 할인까지 반영된 차량 가격도 직접 결정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느 딜러를 찾아가도 같은 가격을 제시받고 전국 단위의 재고에서 원하는 차량을 찾을 수 있다. '조금만 더 알아보면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나 가격 흥정에 들이는 수고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벤츠코리아 입장에서도 얻는 것이 있다. 전국 재고를 한 손에 쥐게 되면서 특정 딜러사에 재고가 쌓이거나 다른 딜러사에는 물량이 부족한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격과 프로모션을 일괄적으로 조정하기도 쉬워진다. 딜러사 간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대신 딜러사들의 역할은 달라졌다. 가격과 사은품 등 물질적인 조건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진 만큼 상담과 시승, 차량 인도, 사후서비스 등 '고객 경험'에서 차별화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벤츠의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한성자동차는 RoF 시행 이후 전국 신차 전시장에 고객 경험을 총괄하는 '고객 경험 총괄 매니저(CXM)'를 도입했다. 서비스센터를 확대하는 한편, 전문 기술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AS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도 새로운 판매 구조를 안착시키기 위해 딜러사별 판매 조건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해진 것 이외의 별도 할인이나 사은품을 제공해 다시 딜러 간 출혈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우산 하나라도 임의로 제공하면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수입차 중 직판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테슬라다. 다만 벤츠의 방식은 테슬라식 직판과는 조금 다르다. 테슬라가 전통적인 딜러망 없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직접 차량을 판매한다면, 벤츠는 기존 딜러사들을 그대로 두고 역할을 바꿨다. 벤츠코리아가 차량과 가격, 재고를 관리하고 딜러사는 판매를 중개하면서 고객 상담과 시승, 출고, 사후서비스 등을 담당한다.

당장 판매량만 보면 새로운 실험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는 올해 1~7월 국내에서 3만3천73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감소했다. 아우디, BMW가 이 기간 판매량이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물론 이를 RoF의 성적표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새로운 판매 방식이 시행된 지 불과 넉 달에 불과한데다 자동차 판매량은 신차 출시 주기와 공급 물량, 개별 모델의 인기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도 현재는 과도기라고 보고 있다. 쉬란 에미라 벤츠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신차 출시 간담회에서 "변화라는 것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저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신뢰를 점점 쌓아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벤츠의 실험은 오랫동안 수입차 시장에 자리 잡은 '발품과 흥정'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실험이 성공한다면 다른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 방식에도 변화가 번질 수 있고, 반대로 딜러 중심 판매 구조의 힘이 재확인될 수도 있다.

동일한 가격하에서 딜러들은 서비스로 경쟁하는 방식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윤은별

윤은별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