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정부의 핵심 성장전략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전력과 용수, 인력 등 첨단산업의 규제 병목을 개별 민원 방식이 아닌 산업·법령 단위로 한꺼번에 풀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비수도권 메가특구에는 규제특례뿐 아니라 재정과 금융, 인력, 정주지원까지 기업의 투자 주기에 맞춰 패키지로 제공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규제합리화위원회는 3일 중구 페럼타워에서 '규제합리화와 국민경제 성장: 첨단산업·메가특구의 규제혁신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공동 공개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기존의 '규제 하나씩 풀기' 방식으로는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데 모였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개회사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는 단순히 반도체 팹(Fab)을 증설하는 계획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더 중요한 본질은 그동안 막히고 지체돼 온 전력망, 용수 체계, 인적 역량 충원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실행 모멘텀이 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재·부품·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의 풀스택 역량과 디자인 역량까지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장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지방 메가특구를 중심으로 과감하고 포괄적인 규제특례를 부여해야 한다는 게 김 부의장의 주문이다.
그는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와 중국의 기술 추격을 거론하며 "우리에게는 더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규제 건의 절반, 8개 법령에 집중…"민원식 규제개혁 한계"
이날 포럼에서는 기업이 규제 애로를 제기할 때마다 개별 조항을 고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과 법령 전체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규제개혁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제시됐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미래정책센터장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규제 애로가 환경과 안전, 노동 등 여러 규제에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개별 민원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의 규제개선 건의 가운데 절반 이상이 8개 법령에 집중됐으며 화학물질관리법 관련 건의만 전체의 15.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규제 하나를 고쳐도 같은 법령에 남아 있는 다른 규제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 센터장은 이에 따라 매년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과 핵심 법령을 선정해 법령 전체의 규제 구조와 산업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실시하는 영향평가에 더해 규제 시행 이후 실제 투자와 생산성, 혁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평가하는 '사후적 산업경쟁력 영향평가'를 제도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네거티브 규제 역시 단순히 규제를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 수준에 따라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자율주행 배달로봇과 AI 기반 원격의료, 에너지 개인간(P2P) 거래처럼 기존 법령이 예상하지 못한 신산업의 경우 금지해야 할 고위험 영역을 명확히 한 뒤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조 센터장은 조건부 허용과 성과기준, 사후점검, 책임체계를 결합해 기업이 예측 가능한 조건에서 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허용의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가특구엔 규제·금융·인력 '패키지'…기업 투자 속도 높인다
비수도권에 조성할 메가특구의 성패 역시 규제특례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기업 투자를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종권 서울대학교 건설법센터 부센터장은 메가특구를 "비수도권에서 전략산업과 대규모 기업투자를 실제 구현하기 위한 광역적·종합적 실행 플랫폼"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특구 지정부터 지방자치단체의 희망산업이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앵커기업의 투자계획과 산업기반, 부지·전력·용수, 대학·연구기관, 협력기업과 정주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기업의 투자주기에 맞춰 부지와 기반시설, 정책금융, 세제, 연구개발(R&D), 인력양성, 공공조달, 수출 지원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방안이 제시됐다.
주거와 교육, 보육, 의료, 문화 역시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첨단산업 전문인력을 비수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산업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도 메가특구를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규제혁신 모델로 제시했다.
박 부위원장은 "기업 하나, 규제 하나를 따로 떼어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만으로는 세계의 혁신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지역과 산업을 하나의 큰 혁신 공간으로 묶고 그 안에서는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 새로운 기술과 사업이 먼저 뛰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합리화가 무조건적인 규제 폐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불필요하고 낡은 속도제한은 걷어내되 필요한 곳에는 졸음쉼터를 만들고 휴게소도 만들고 안전한 가드레일도 세우자는 것"이라며 기업의 도전을 지원하면서 안전과 공정에 필요한 새로운 규칙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불확실성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영일 한국엔젤투자협회 본부장은 창업기업이 원하는 것은 규제의 철폐보다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라며 규제 불확실성이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을 높여 결국 기업의 자본비용으로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메가특구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의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선복 한국산업단지공단 실장은 신속한 개발을 위한 행정 패스트트랙과 정부 차원의 종합 조정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상훈 규제합리화위원회 분과위원은 지역균형성장을 책임질 총괄책임자를 두고 부처 간 조정권한과 적극행정 면책권까지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메가특구가 대규모 기업 투자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자금 지원을 넘어 전력·용수·인허가·인력 등 실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얼마나 빠르게 제거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이날 논의의 중론이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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