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상미당홀딩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강남에서 미국 브랜드 1호점이 문을 여는 장면을 10년 만에 다시 보게 됐다.
2016년 7월 신논현역 인근의 쉐이크쉑, 그리고 지난 2일 강남역 인근의 치폴레다.
두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온 사람은 같다.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최고비전책임자(CVO)다.
2016년 강남의 열기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폭염 속에 1천500명 넘는 대기 줄이 섰다. 오너 3세가 뉴욕을 오가며 5년을 공들여 쟁취한 브랜드였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사이 8년이 비어 있다. 2018년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떠난 뒤 3년4개월만에 복귀했다. 당시 SPC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그를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며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9월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는 2021년 11월 계열사 섹타나인 임원으로 돌아왔고 지난해 11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달 1일에는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005610]의 상근 미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이다.
형인 허진수 부회장은 삼립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그는 삼립 CVO를 겸하게 됐다. 전략은 형이, 비전은 동생이 가져갔다.
그사이 그룹의 간판도 바뀌었다. 파리크라상은 올해 1월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떼어낸 뒤 사명을 상미당홀딩스로 바꿔 순수 지주회사가 됐다. 3월에는 SPC삼립에서 SPC를 뗐다. 창업주가 1945년 황해도 옹진에 연 빵집 이름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이름을 갈아 끼우는 작업과 8년 전 물러난 오너 3세가 돌아오는 작업이 같은 해에 겹쳤다.
쉐이크쉑을 들여올 때와 이번이 다른 지점은 계약 구조에 있다.
쉐이크쉑은 국내 사업권을 확보해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치폴레는 지분을 섞었다. 쉐이크쉑을 운영하는 계열사 빅바이트컴퍼니와 치폴레 본사가 51대 49로 합작법인을 세웠다. 치폴레가 해외에서 합작 방식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열회사 목록에는 에스앤씨(S&C)레스토랑코리아와 싱가포르 법인이 나란히 올라 있다.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과 지분을 갖는 것은 부담이 다르다. 잘되면 몫이 커지고, 안되면 손실이 계열사 장부에 그대로 남는다. 빅바이트컴퍼니는 지분 51%를 쥐고도 상대방 동의 없이는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없어 이 합작법인을 공동지배기업으로 분류했다. 설립 1년이 지나면 지분율만큼 자금을 더 넣기로 한 약정도 달려 있다.
빅바이트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1천251억원으로 전년 1천65억원보다 1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9억원에서 44억원으로 커졌다. 현금은 82억원에서 17억원으로 줄었고 단기차입금은 50억원에서 110억원이 됐다. 치폴레도 전 매장을 직영으로 연다.
[출처: 상미당홀딩스]
연결고리도 이미 만들어져 있다. 삼립이 상반기 빅바이트컴퍼니에 판 물량은 169억원으로 16.7% 늘었다. 전체 매출의 1% 남짓이지만, 그가 비전을 맡은 회사와 그가 키운 회사는 장부에서 만났다.
다만 들여온 브랜드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치폴레의 기존점 매출은 지난해 연간 1.7% 줄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했다. 올해 1분기 0.5%, 2분기 2.2%로 방향은 되돌렸지만 2분기 영업이익률은 15.7%로 1년 전 18.2%에서 내려앉았다. 부진을 딛고 막 반등을 시작한 브랜드가 아시아를 새 성장축으로 골랐다. 검증된 브랜드를 들여온다는 그의 방식은 그대로지만, 이번 브랜드는 검증이 끝난 쪽이 아니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쪽에 서 있다.
정작 급한 것은 본업이다. 삼립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억1천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87억8천만원에서 98.7% 줄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41억8천만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푸드 사업 부문에서만 93억9천만원이 빠졌다. 지주회사의 지난해 연결 당기순손실도 286억원이다. 사업 부문을 떼어내기 전 파리크라상 시절 숫자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허 사장은 숫자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96석짜리 강남 매장은 8년 만에 내건 승부수다. 부리토는 재료를 얹는 순서대로 완성된다. 한 번 말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 (산업부 차장)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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