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홍기원 서대연]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대 2조달러의 몸값이 거론되는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IPO가 흥행하면 인공지능(AI) 투자자금이 반도체에서 프론티어 모델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고, 반대로 흥행에 실패하면 AI 설비투자(CAPEX)에 대한 의구심이 HBM과 메모리 등 후방산업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5일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오는 9~10월 중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거론되는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2조달러, 공모 규모는 1천억달러에 수준이다.
2조달러의 시가총액은 현실화할 경우 단숨에 글로벌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진입하는 규모다.
앤트로픽의 최근 연환산 매출액(ARR)은 65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를 기준으로 2조달러의 기업가치를 적용하면 주가매출비율(P/S)은 약 30배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준이 절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이 아니라고 입을 본다.
다만 팔란티어와 네비우스, 아스테라랩스 등 AI 관련 고성장 기업들이 높은 매출배수를 적용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조달러 자체를 극단적인 고평가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관건은 가격보다 이를 받아낼 자금이다.
스페이스X에 이어 앤트로픽까지 초대형 IPO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AI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의 자금 공급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존 주식 등에서 돈을 빼 앤트로픽에 넣는 '수급 구축'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흥행하면 'AI 프록시'에서 'AI 본체'로
지금까지 국내 증시에서 AI 성장에 직접 베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은 메모리 반도체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HBM과 서버용 D램 수요로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에서 사실상 'AI 프록시' 역할을 해왔다.
실제 AI 인프라 수요 급증은 올해 양사의 실적과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앤트로픽이 상장하면 처음으로 프론티어 AI 모델 기업을 직접 살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이에 대해 KB증권은 "AI 회사가 돈을 번다는데, 그 회사 때문에 돈을 버는 회사를 사느니 AI 회사를 직접 사자는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앤트로픽의 IPO가 성공하면 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국내 반도체에 호재다.
반면 자금은 앤트로픽으로 이동할 수 있다.
AI의 성장성을 믿는 투자자가 굳이 후방산업을 거치지 않고 AI 모델 기업을 직접 매수하는 것이다.
결국 IPO 흥행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펀더멘털에는 긍정적이지만 단기 수급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쏠림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의 파급력은 작지 않을 수 있다.
두 종목은 AI 투자심리에 따라 코스피 전체의 변동성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상태다.
◇실패하면 'AI 자본지출 회의론' 전염
반면 앤트로픽 IPO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말 90억달러 수준이던 연간 반복 매출을 최근 65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시장이 높은 기업가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AI 기업에 요구하는 성장률과 수익성의 기준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충격은 앤트로픽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프론티어 모델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은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를 거쳐 HBM과 서버용 D램 등 AI 인프라 밸류체인으로 확산할 수 있다.
AI 기업이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자본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재차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에선 앤트로픽 IPO가 부진하면 단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최근 조정을 통해 국내 반도체주의 가격 부담이 상당 부분 낮아진 만큼 IPO 부진만으로 전저점을 밑도는 급락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결국 앤트로픽 IP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어느 방향으로든 새로운 시험대"라며 "흥행하면 AI 본체로 돈을 뺏길 수 있고, 실패하면 AI 투자 사이클 자체에 대한 의심을 감당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에선 경쟁자의 등장을 지켜봐야 하는 구도"라고 전했다.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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