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동의 못 얻은 채 9월…티빙 "물밑 대화 계속"
3천954만 계정 유출에 보상·제재 부담…SLL중앙 지분 향방도 주목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연내 합병을 추진해 온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 일정에 티빙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합병의 최대 걸림돌인 KT의 동의를 아직 얻지 못한 상황에서 해킹 사고에 따른 고객 보상과 제재 등 재무적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연내 합병 완료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티빙 측은 해킹 사태와 합병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KT와도 공식 절차와 별개로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어 합병 추진 자체 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말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임원 겸임 방식의 기업결합에 대한 조건부 승인도 받았다. 다만 주요 주주 간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합병 절차는 장기간 답보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티빙 최주희 대표이사(가운데) 및 임원들이 3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6.9.3 hwayoung7@yna.co.kr
◇"해킹과 합병 별개"…KT와는 물밑 대화
합병의 열쇠를 쥔 곳은 티빙 지분 13.54%를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다.
박윤영 KT 대표는 지난 7월 티빙·웨이브 합병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것이 없다"며 요청이 오면 회사와 주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이익 등을 따져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합병에 대한 동의를 유보하고 있는 셈이다.
KT가 신중한 데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KT는 국내 최대 IPTV 사업자로, 티빙과 웨이브가 결합해 대형 OTT가 탄생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IPTV와의 경쟁이 강화될 수 있다. 실제 KT는 최근 지니TV에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최신 VOD를 무제한 제공하는 상품을 강화하는 등 자체 미디어 경쟁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합병 이후 웨이브 최대주주인 SK스퀘어 등이 통합법인의 주요 주주로 합류하면 KT의 상대적 지분 영향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여기에 과거 KT의 OTT '시즌'을 티빙이 흡수합병할 당시 맺은 계약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당시 KT 측이 시즌의 기업가치를 일정 수준 보전받을 수 있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기에 앞서 KT와 수천억원대 정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관련 주주 간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실제 정산 의무나 규모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최대주주 CJ ENM은 합병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
CJ ENM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KT와 티빙이 광고와 콘텐츠 협력을 논의 중"이라며 "이러한 협력을 기반으로 하반기 합병 논의를 본격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티빙도 지난 3일 해킹 사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합병 안건은 보안 이슈와 별개로 계속 진행되고 있고 KT와 대화도 물밑에서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해킹 사고 발생 직후 KT와 네이버 등 주요 주주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고 영향을 공유하는 등 긴밀하게 소통했다고도 설명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해킹에 재무 부담까지…SLL중앙 지분 향방도 변수
문제는 KT와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킹 사태까지 터지면서 합병 과정에서 따져봐야 할 요인이 늘었다는 점이다.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에 따르면 티빙에서는 약 3천954만개의 이용자 계정 정보와 소스코드를 포함한 기술자산 361건이 유출됐다.
다만 3천954만개는 피해자 수가 아닌 유출 계정 수다. 중복 계정이 다수 포함돼 있어 실제 피해자 규모는 향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티빙은 정보보호 투자를 확대하고 피해 이용자를 대상으로 보상에 나설 예정이다. 향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과 민사상 손해배상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관련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티빙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실제 보상 규모는 신청 인원과 이용자의 선택 등에 따라 달라진다면서도 올해 말까지 일정 수준의 재무적 충격과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티빙이 지난 2분기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던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 부담이 발생한 셈이다. 티빙은 2분기 매출 1천407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했다.
당장 해킹 사태가 합병 협상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하지만 피해 보상과 과징금 등 비용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주요 주주가 티빙의 기업가치와 재무 상황에 미칠 영향을 추가로 따져볼 가능성이 있다.
티빙의 또 다른 주요 주주인 SLL중앙의 지분 향방도 주목된다.
SLL중앙은 티빙 지분 약 12.7%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중앙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SLL중앙이 보유한 티빙 지분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매각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주요 주주의 지분구조까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향후 주주 간 협상의 또 다른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9월에 들어선 현재까지도 최대 난제인 KT와의 합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합병은 요원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가 결합상품과 콘텐츠 교류 등 사실상의 사업 통합을 확대해온 만큼 합병 추진 동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KT와의 이해관계 조율과 시즌 합병 당시 정산 문제 등이 남아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해킹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양사가 목표로 삼아온 연내 합병 일정의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해킹 사태에 따른 여파를 확인하고 가자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KT의 입장 변화가 중요해보인다"라며 "연내 합병 완료를 목표로 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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