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지방은행들이 규모의 경제를 추진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전산시스템 통합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동일 지주회사 내 두 은행(BNK의 부산·경남, JB의 전북·광주) 간 합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방은행이 저출산과 인구 감소, 수도권으로의 인구·경제력 집중, 지방 전통산업 쇠퇴 등으로 영업 기반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데, 규모가 큰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데다 은행 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어 합병을 통한 규모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다.
이병윤·김석기·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일본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유사한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은 독점금지법 특례법을 제정해 합병에 따른 사업개선 및 이용자 불이익 방지 요건 등을 충족할 경우 경쟁을 다소 저해하더라도 지방은행 간 경영통합을 허용해 규모의 경제를 도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은행은 5개뿐이며 모두 다른 지주회사의 자회사여서 합병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일본식 특례법을 당장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동일 지주 내 은행 간 합병이 당장 어렵다면 단기적으로 전산시스템 통합을 우선 추진해 고정비 절감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전산 통합은 금융지주회사법 등 관련 규정상 방화벽 설치와 내부 통제, 정보분리 등 요건을 충족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유구조 변화 없이 추진 가능한 '쓰바사 얼라이언스형 연대'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짚었다. 이 모델은 결성이 용이하고 추가 연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방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메가뱅크급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일본에선 2015년 치바·다이시호쿠에쓰·주고쿠은행 등 3개 사로 출범한 이후 7개 은행이 추가로 참여, 총 10개 은행(총 자산 약 80조~90조엔)이 소유구조 변화 없이 업무만 공유하는 '느슨한 연대'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통합 전산시스템을 공동 개발 및 운영하고 자금세탁방지(AML) 공동센터 및 공동사무센터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한다.
우리나라 역시 1997년부터 지방은행이 공동 개발한 '지방은행 공동정보망'을 운영 중인 만큼, 이를 백오피스·AML·인공지능(AI)·해외망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합병이 어려운 우리나라 지방은행들에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위원들은 일본이 2021년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 부수업무 및 자회사의 업무범위를 지역개발과 지속가능성 관련 분야로 확대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한 것도 눈여겨 봤다.
이들은 "일본은 은행이 은행업 수행 중 발생한 미이용 자원을 활용하는 업무를 부수업무로 인정해 은행이 자체 개발한 IT시스템앱을 외부에 판매하는 시스템 판매업, 유료 직업소개업, 고객데이터 분석 및 광고·마케팅업 등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며 "출자 규제도 완화해 사업승계·지역활성화 목적의 경우 투자전문자회사가 지분을 최대 50%에서 100%까지 보유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지방은행들도 경영컨설팅과 디지털전환(DX), 탄소중립 지원, 지역상사, 에너지솔루션 등 비금융업무를 은행 부수업무나 자회사로 수행하도록 제도개선을 검토해 볼 만하다"면서 "다만 자회사의 경우 은산분리 원칙과의 조화가 과제"라고 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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