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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곡사포보다 채권시장"…베센트 말 돌려주는 이란

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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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의 9월 3일 게시글

갈리바프 의장 엑스(X·옛 트위터)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채권시장은 곡사포보다 더 많은 정부를 무너뜨려 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6월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한 말이다.

불과 두 달여가 흐른 지금, 이 말은 부메랑처럼 베선트 장관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다.

이란의 대미 협상을 책임지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마즐리스) 의장이 최근 집요하게 공격하는 대상은 미군이 아니라 미국 국채 시장이다.

갈리바프 의장은 지난달 23일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냉동육 수입을 늘리려 하자 채권을 거론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채권은 어떻게 할 건가. 얼어붙은 금리라도 수입할 건가"라고 비꼬았다.

주택에는 '얼어붙은 주택 구매자'를, 임금에는 '얼어붙은 급여'를 수입할 것이냐고도 했다.

냉동육을 들여와 쇠고기 가격은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높은 시장금리가 만들어낸 주택 경기 부진과 생활비 압박까지 수입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조롱이었다.

정확히 엿새 뒤 갈리바프 의장은 이번엔 베선트 장관을 직접 겨눴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를 늘리고 있다는 베선트 장관의 주장에 전쟁 비용과 원유 선물시장 상황을 들이밀었다.

그는 글로벌 프랍 트레이딩 회사인 제인스트리트가 유가 하락에 베팅했다가 한 차례 선물 롤오버에서 1억3천만달러 넘게 잃었다고 주장한 뒤 "거짓말쟁이, 국채금리는 불타오르네(Liar liar, yields on fire)"라고 쏘아붙였다.

제인스트리트 손실 주장의 진위와 별개로 갈리바프 의장이 겨냥한 숫자는 명확하다. 결국은 미 국채금리였다.

지난 3일에는 더 노골적이었다. 갈리바프 의장은 원유 선물, 미 10년물 국채금리, 미국 전략비축유(SPR)를 뜻하는 티커를 나란히 적은 뒤 베선트 장관에게 원유 관련 "더 세게 숏 쳐봐, 챔피언. 네 경력이 거기에 달린 것처럼 말이야. 실제로 그러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갈수록 줄고 있는 SPR 물량을 환기했다.

유가를 낮추려면 원유 선물시장에서 하락 압력을 키우거나 전략비축유(SPR)를 추가 방출해야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갈리바프 의장의 주장으로 읽힌다.

갈리바프 의장의 조롱은 같은 곳을 가리킨다. '유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연방준비제도(연준·Fed) 완화 제약→미 국채금리 상승→가계·기업·정부의 이자 부담 증가'라는 경로다.

이란이 미국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국제유가를 높은 수준에 묶어놓기만 해도 미국 경제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계속 찌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시장은 이란의 계산을 무시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 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월 인도분은 배럴당 91.48달러,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92.68달러에 마감했다. 한 주 동안 각각 약 10%, 7.6% 뛰었다. 미국 디젤 평균 가격은 갤런당 5.8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최근 4.8%까지 올라 2025년 초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문제는 미국이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33%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생활비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미국인은 71%에 달했다.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하는 비율도 낮다. 최근 조사에서는 미국인 4명 중 1명만 이번 전쟁이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공화당은 의회에서 근소한 다수당 지위를 지켜야 한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 약점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지휘하는 베선트 장관에게 유가와 국채금리라는 미국의 가격표를 계속 들이민다.

미국이 이란 경제를 얼마나 더 압박할 수 있느냐보다, 미국 유권자가 높은 기름값과 모기지 금리를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느냐를 묻는 셈이다.

베선트 장관의 표현을 빌리면 정부를 무너뜨리는 힘은 곡사포보다 채권시장이 더 셀 수 있다.

갈리바프 의장은 그 말을 기억하는 듯하다. 그리고 지금 곡사포의 포신을 베선트 장관에게 돌리고 있다. 중간 선거까지 2개월도 채 안 남았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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