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와코루, 창업주 일가 강남 단독주택 203억에 매입
'쪼개기 매입'에 수시공시 의무 회피 의혹
신영와코루 "공시 의무 인지하지 못해…창고로 사용 중·사택 아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여성 속옷 브랜드 '비너스'로 유명한 신영와코루가 창업주 일가 소유의 200억원대 강남구 소재 단독주택을 두 차례 분할 매입하면서 사업보고서 기재와 수시공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장사가 최대주주 일가의 자산을 매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최근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선 이른바 '황제사택'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해당 부동산에 대주주 일가나 특수관계인이 거주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창업주 자택 200억에 매입…공시에는 누락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신영와코루는 지난 2022년 10월과 2023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단독주택을 총 203억원에 매입했다.
해당 부동산은 신영와코루 창업주인 고(故) 이운일 회장이 1981년 매입해 거주하던 자택이다. 이 회장 별세 후 상속과 증여를 거쳐 이의평 신영와코루 회장을 포함한 친족 5명 등이 지분을 나눠 가졌다.
매입은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신영와코루는 2022년 10월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친족 등으로부터 지분 90%를 178억원에 우선 매입했다. 이듬해 4월에는 이의평 회장 본인이 보유하던 나머지 10% 지분을 25억원에 마저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신영와코루는 1차 매입 사실을 2022년도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다. 매도인은 최대주주의 혈족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만, 회사 측은 이 같은 거래를 기재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최대주주가 개인인 경우 배우자와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등을 지분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한다.
신영와코루 측은 연합인포맥스의 질의에 "다른 친인척들은 회사와 지분 관계가 없어 실무 차원에서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5% 공시 기준 비껴간 거래…거래소 "제재 가능"
수시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자산총액의 5% 이상인 유형자산을 취득할 경우 이사회 결의 당일 공시해야 한다.
두 건의 매입 금액을 합산하면 203억원으로, 신영와코루의 직전 사업연도(2021년) 말 자산총액(3천887억원)의 5.2%에 해당해 공시 대상이다.
하지만 1차 매입액인 178억원은 당시 자산의 4.6% 수준으로 공시 기준인 5%를 밑돌았고, 2차 매입액 역시 단일 건으로는 기준에 미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공시망을 빠져나갔다.
신영와코루가 밝힌 매입 목적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5층 건물을 세워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해당 건물은 두 필지에 걸쳐 세워져 있어, 철거나 신축을 위해서는 소유 지분 전체를 확보해야 한다.
신영와코루 측도 "(1차 매입 당시) 향후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고 밝혀 전체 취득이 전제된 계획이었음을 시사했다.
한국거래소는 취득 대상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처음부터 거래가 예정돼 있었다면 하나의 의사결정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련의 거래라면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맞다"며 "공시 회피 행위나 고의성이 인정되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및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의결 과정의 부적절함도 발견됐다. 이의평 회장은 본인 일가의 자산을 사들이는 두 차례의 '부동산 매입의 건' 이사회 안건에 모두 참석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상법상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한 자본시장법 전문 변호사는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직접 찬성표를 행사한 것은 상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감정평가를 거친 만큼 사측에 끼친 손해액 입증은 어렵겠지만, 매입 부동산을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와코루 "임대사업 계획했지만 창고로 임시 사용 중"
신영와코루는 임대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해당 건물을 헐고 5층 건물을 세울 계획이었으나, 현재 해당 부지와 건축물은 창고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쪼개기 매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초 투명한 거래를 위해 감정평가를 받았지만 소유주가 전부 가격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사업이 시급하지 않아 약 6개월 후 다시 감정평가를 받아 전년보다 다소 높아진 가격으로 잔여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설계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재매각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느라 임시 창고로 사용 중"이라며 "사택으로 등록돼 있지도 않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구조라, 사주 일가의 사적 사용을 겨냥한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세청은 사주 일가가 법인 명의 고가 주택을 사적으로 사용하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업체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세청은 고가 법인주택 2천639채를 전수검증한 결과 1천97채(약 42%)에서 사적 사용이 확인됐다며, 순차적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영와코루는 1954년 신영염직공업을 모태로 197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1994년 일본 와코루의 지분 참여와 함께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다. '사랑의 비너스'라는 광고 로고송으로 명성을 얻었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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