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윤시윤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미국의 고용 서프라이즈에도 엔화 강세에 1,340원선을 뚫고 1,330원대로 급락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공급 우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두 달 넘게 이어진 원화 강세에 '관성'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은 이날 오전 9시59분께 전 서울장 종가 대비 15원 넘게 급락해 1,334.70원까지 하단을 낮췄다. 이는 장중 저가 기준 지난 2024년 10월 4일(1,331.3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5일 기록한 연고점 1,561.50원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226.80원 밀렸다.
◇美 고용 호조도 무색…시장은 CPI·장기금리 주목
달러-원은 미국의 고용 호조와 금리 인상 전망이라는 상방 재료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6만2천명 증가해 연합인포맥스의 시장 예상치(5만6천명)를 약 세 배 웃돌았다.
6월과 7월 신규 고용도 합산 5만5천명 상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4.1%를 유지했다.
이에 시장에 반영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60% 수준으로 높아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고용 호조만으로 연준이 이달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인식이 여전해 보인다.
오는 10일(현지시간)과 11일에 잇달아 공개되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미 장기물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 고용지표는 잘 나왔지만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는 심리가 만연한 것 같다"며 "이번 주 CPI가 공개될 예정이지만, 금리 인상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고 시장이 인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엔화와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의 강세도 달러-원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일본 재무성의 외환보유액 자료에서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의 엔화 매수 개입 과정에서 미국 국채를 포함한 외화증권을 대거 매각한 정황이 나타나면서 추가 개입 경계가 강화됐다.
일본의 외화증권 보유액은 8월 한 달간 878억달러 감소했다. 일본 당국이 지난달 엔화 방어에 투입한 986억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달러-엔은 일본은행(BOJ)의 9월 금리 인상 기대와 일본 외환당국의 추가 개입 경계감 속에 이날 155엔대로 급락했다. 일본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와프(OIS) 시장에는 이달 BOJ의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90% 후반까지 반영됐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전 한때 99.1선을 밑돌았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출·경상흑자가 만든 달러 공급 우위…"弱달러 베팅도"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달러-원 급락을 펀더멘털·수급·매도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수출은 전년 대비 68.7% 증가한 982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209.0% 증가한 466억5천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 7월 경상수지도 420억8천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외환보유액 증가와 반도체 기업 관련 환전 물량, 선박 수주에 따른 달러 공급 기대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이어지면서 지난주 스팟 마(MAR) 시장에서도 달러 매도 우위가 나타났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달러-원은 이제 관성이 붙어서 혼자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1,350원선도 별다른 지지 없이 뚫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이 워낙 잘되고 외환보유액도 늘고 있어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새로운 뉴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환율이 계속 빠지던 2010년대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금융시장이 노동절로 휴장하는 점도 서울환시 자체 수급의 영향력을 키웠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미국 휴일이라 외부 가격 신호가 제한된 가운데, 자체적인 플로우의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위재현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융시장이 휴장한 만큼 이날 움직임을 달러발 충격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서도 원화 강세가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엔화 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엔화가 일시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며 "달러-원도 이 같은 엔화 움직임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과정에서 원화가 주요 매수 통화로 부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트레이더가 달러 약세에 베팅할 때 상대적으로 매수하기 가장 쉬워 보이는 통화가 원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두 달간 환율이 워낙 강하게 움직인 만큼, 달러 약세 베팅의 상대 통화로 원화가 가장 눈에 띄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시장의 관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1,330원선…美 CPI 전 숨 고르기 가능성
시장에서는 달러-원이 1,330원선을 하향 돌파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지난 2024년 10월 저점인 1,331.30원이 일차적인 기술적 지지선으로 거론된다. 이를 밑돌 경우 1,320원대로 내릴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참가자들은 CPI 발표를 앞두고 환율 하락 속도가 잠시 주춤할 수 있겠으나, 하락 추세에 특별한 걸림돌이 없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다만, 세 달 만에 220원 넘게 급락한 데 따른 레벨 부담은 하락 속도를 늦출 요인이다.
1,330원선 부근에서는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저가 매수세 등이 유입될 수 있다. 외환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현재는 환율 하락 추세가 시장의 관성이기 때문에, CPI 발표를 앞두고 내림세가 잠시 주춤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뚜렷한 걸림돌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ykim2@yna.co.kr
syyoon@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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