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0일(현지시간)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약 6.2% 상승한 7만2천812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은 21일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본점의 모습. 2026.8.21 mon@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거래소 수수료 '0원' 출혈경쟁이 시작됐다.
미래에셋그룹이 지난 8월 26일 가상자산거래소인 디지털X(옛 코빗)를 론칭하면서 1년간 원화마켓 거래 수수료 무료화를 내걸었다.
그러자 코인원이 곧이어 전종목 거래 수수료 무료를 추진했다.
두 회사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업비트, 빗썸에 이어 국내에서 3위권 경쟁을 하고 있다.
아직 업계 점유율이 높은 업비트는 원화마켓 일반주문에 0.05%, 빗썸은 '국내 최저 수수료'를 신청한 고객에 한해 0.04%의 수수료를 두고 있다.
거래 수수료 무료 경쟁이 시작된 것은 앞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을 누가 이끌지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점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돈 냄새를 맡은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디지털자산 활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동안 위축됐던 코인 시장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디지털자산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은 업비트(두나무) 지분을 취득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약 20%로 3대 주주가 됐다.
키움증권은 빗썸 투자에 나섰으나 지분 협상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사가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수수료 '0원'이라는 초강수를 두기 시작한 것은 주식시장에 집중돼 있던 흐름이 새로운 챕터로 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래에셋증권의 과감한 행보는 앞으로 미래에셋 디지털 자산 규모를 150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의 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박 회장은 "디지털엑스에 500억원 규모 증자했고, 실물 증자를 또 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디지털엑스가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0원 경쟁은 사실상 쉽지 않은 형국이다.
주식투자 열풍에 증권사들이 역대 최대 이익을 낸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최근 거래량 급감으로 적자로 돌아서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증권사가 중소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을 인수해 '무료 수수료 경쟁'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는 것은 이례적인 충격파다.
앞으로 디지털자산 파이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미리 점유율을 선점하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는 과거의 무료 수수료 경쟁과는 결이 약간 다르다.
2018년에 증권사들의 무료 수수료 경쟁은 어땠을까. 당시에는 비대면 계좌가 확산되는 시기여서 신규 계좌 숫자가 중요했다.
당시에는 고객이 증권사 앱을 깔고 사용하게 해야 했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무료 기간을 3년에서 5년 무료, 10년 무료로 경쟁적으로 늘리다 결국 '평생 무료'까지 내걸었다.
그리고 0원 수수료 경쟁은 실제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했다.
비대면 계좌는 신규 계좌 폭증을 이끌었고, 고객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계기가 됐다.
물론 주식시장이 크게 탄력을 받지는 못했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가 오면서 한때 코스피가 1,439.43포인트까지 떨어지는 등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2026년 가상자산거래소의 수수료 무료 경쟁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이제는 플랫폼 전쟁의 성격이 짙다.
과거에는 비대면 고객 유입을 위해 증권사들이 수수료 경쟁을 했지만 지금은 비대면 고객들을 플랫폼 안에 묶어두는 차원이다.
고객이 떠나지 않고 현재의 플랫폼 안에서 계속 거래를 해야 유동성도 풍부해지고, 가격 발견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플랫폼 경쟁에서는 얼마나 점유율이 높은지가 생존 여부와 직결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거래는 주식, ETF, 채권, 해외주식은 물론 가상자산, 신용융자, 연금 등 전체 자산 관리를 가져온다.
아직 업비트, 빗썸이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대형 증권사들을 등에 업고 무료 경쟁에 나선다면 시장은 또 다른 모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증권사들은 '토큰증권(STO)'이라는 새로운 자산에 주목하고 있다.
미술품, 음악저작권, 선박 등 다양한 자산의 권리를 토막으로 나눠서 투자할 수 있고, 이를 언제든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이런 토큰화 흐름은 주식, 채권, 펀드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점점 커지고, 새로운 상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인 셈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0원 경쟁이 앞으로 거래량 급증세를 불러올 여지도 있다.
당장은 가상자산 거래가 다소 위축돼 있지만 투자자들은 부동산, 주식 다음으로 급등할 자산을 찾고 있다.
만약 수수료 0원 경쟁이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면 주식과 ETF 중심의 시장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돈이 도는 통로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증권사의 이런 행보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가상자산 거래로 투자자의 시선이 옮겨가면 시장은 또 다시 큰 변동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주식시장의 열기가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 업비트, 빗썸이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수수료 0원의 효과도 아직 미미한 상태다.
지금은 작은 각도 변화 정도지만, 앞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본격화되면 변화의 폭은 훨씬 커진다.
주식, 채권, 환율의 변동성 관리를 넘어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등 자산 간 경계가 사라지고, 당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증권사 또는 가상자산거래소의 독과점 체제가 구축되거나 알고리즘 거래 증가 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그 때는 시장에 국경이 없고, 자본의 이동 속도도 더욱 빠르고 과격해질 수 있다.
한 자산 가격의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이되지 않도록 시장의 연결고리를 관리하기가 만만치 않아질 가능성도 크다.
'0원 경쟁'이 비대면 주식 거래에서 디지털자산 거래로 옮겨가면 어떤 파도가 올지 대비해야 한다. (증권부장)
syjung@yna.co.kr
정선영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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