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미 경제 재앙 한가운데 서 있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살인적인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이란에서 자국 통화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자 '현금을 쥐고 있느니 차라리 계란을 사두는 게 낫다'는 자조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화폐를 저축하기보다 당장 실물 단백질이라도 비축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다.
이란 경제학자 알리 다드파이는 7일(현지시간) 이란인터내셔널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국 통화의 구매력이 불과 24시간 만에 증발하는 경제 붕괴 실태를 전했다. 그는 "평범한 이란인에게 오늘 살 수 있는 물건이라도 내일, 불과 24시간 뒤에는 사지 못할 수도 있다"며 "현재 이란은 토만화로 저축하는 것보다 차라리 계란으로 모아두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경제"라고 꼬집었다.
현재 현지 계란 한 알 가격은 약 2만5천토만(약 25만리알) 수준이다. 토만은 공식 통화인 리알(1토만=10리알)에서 '0'을 하나 뗀 실생활 거래 단위지만, 만성적인 초인플레이션 탓에 이마저도 가치가 빠르게 증발하고 있다. 비공식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리알화 가치는 최근 수년 새 3분의 1 토막 수준으로 폭락했다.
다드파이가 전한 민생 파탄의 실정은 일상 전반에서 확인된다. 그가 추산한 이란 국민의 평균 월 소득은 200달러(약 27만원) 밑으로 추락했지만, 소득 대부분을 주거비가 잠식했다. 식단에서 고기 등 단백질은 자취를 감췄고, 과거 노숙인이나 극빈층에게 주던 흠집 난 과일(파과)을 사서 끼니를 때우는 가정이 늘었다고 한다. 다드파이는 "우리는 재앙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경제 재앙 한가운데에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인 산유국임에도 정작 주유소마다 연료 부족으로 긴 줄이 늘어서는 기형적 모순도 심화했다. 다드파이는 이를 케이크 나누기에 비유하며 "과거에는 케이크가 작아지더라도 조각을 나눌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나눌 케이크 자체가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군경의 충성심을 유지하려 돈을 찍어내더라도 물자 부족을 해결할 수는 없다.
다드파이는 "사회에 빵과 버터가 부족할 때 종이돈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돈은 종이일 뿐이며, 우리는 종이를 먹고 살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대규모 생계난에 직면한 이란 사법부 수장이 시위 엄단 방침을 밝히는 등 정권 내부의 동요와 긴장감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jhlee2@yna.co.kr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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