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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시선] 세계는 뛰는데 K-휴머노이드 카이로스는 이제 '탈춤'

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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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 시연에 나선 카이로스

[출처: 한국기계연구원]

손 흔드는 카이로스

[출처: 한국기계연구원]

(서울=연합인포맥스) 무대에 오른 K-휴머노이드 '카이로스(KAIROS)'가 국민체조에 이어 탈춤을 췄다. 팔을 휘젓고 몸을 틀며 제법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일부 동작은 기대만큼 매끄럽지 않았고 당초 준비했던 심부름과 양팔 작업 시연은 현장 여건 탓에 빠졌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지난 7일 공개한 카이로스는 버전 0.7이다. 휴머노이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 남짓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기계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사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본 운동성을 갖춘 버전 1을 완성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짧은 기간에 공개 석상에서 탈춤까지 선보인 성과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마음 놓고 박수만 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휴머노이드가 마라톤 코스를 달리고 산업 현장에서 실제 작업을 시도하는 단계까지 왔다. 우리는 이제 버전 0.7이 탈춤을 추는 모습을 공개했다. 달리기와 실제 작업 능력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 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현재 수준에 만족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기계연이 그리는 최종 그림도 단순히 '잘 걷는 로봇'은 아니다. 카이로스를 산업과 일상을 함께하는 K-AI 휴머노이드, 이른바 '로봇에서 파트너로(From Robot to Partner)' 진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안정적인 하체와 전신 균형을 갖추는 데서 출발해 손과 팔로 도구와 물체를 다루고, 궁극적으로는 낯선 환경을 이해해 새로운 작업까지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드맵도 2035년까지 이어진다. 내년 4월 버전 1을 내놓은 뒤 2030년 4월까지 촉각을 포함한 초감각·전신감각과 자율성장 AI를 고도화한 버전 2를 개발하고 실증까지 마칠 계획이다. 이후에는 성능평가와 표준화·시리즈화를 거쳐 자동차·전자·조선·항공을 비롯한 산업 현장과 일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목표다.

무대 위에서 시연에 나서는 카이로스

[출처: 한국기계연구원]

그래서 '카이로스'라는 이름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박동일 기계연 첨단로봇연구센터장은 "카이로스는 그리스어로는 순간적 찰나,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뜻이다"라고 소개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했다. 순서대로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이 '크로노스'라면 '카이로스'는 붙잡아야 할 순간, 결정적인 기회를 뜻한다.

한국 휴머노이드 산업에도 어쩌면 지금이 바로 그런 카이로스의 순간일 수 있다.

박찬훈 기계연 AI로봇연구소 소장은 이날 작심한 듯 속도를 강조했다.

박 소장은 "휴머노이드 연구 개발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이미 학문의 영역을 떠나서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고 전 세계가 정말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연은 당초 제안서에 담았던 일정을 사실상 무시할 정도로 개발 스케줄을 앞당기고 있다고도 했다.

문제는 돈이다. 속도를 끌어올리는 만큼 예산도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박 소장은 "오늘 본 이 플랫폼에서 더 나갈 총알이 많이 부족하다"며 추가로 수십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연구기관의 예산 요청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피지컬 인공지능(AI) 경쟁에서는 자금이 결국 개발 속도, 다시 말해 시간을 좌우한다.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가 이날 "이 물리 세계에는 우회로가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성형 AI는 인터넷에 이미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지만 로봇은 다르다. 직접 걷고, 물건을 잡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기계연이 1천㎡ 규모 공간에서 25대 이상의 휴머노이드를 동시에 돌리는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루 한 번 AI 모델을 학습할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를 갖추고 자동차와 가사 등 다양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더 많이 움직일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로봇은 빠르게 진화한다. 한 달이 늦어지면 제품 출시만 한 달 밀리는 게 아니다. 그만큼의 시행착오와 학습 기회를 함께 잃는다.

문제는 이미 민간에서는 수백대가 배치된 로봇 팩토리를 구현해 데이터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은 물론 양적인 투입 속도도 엄청나다.

다른 나라 로봇이 달리는 동안 우리는 이제 탈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금이야말로 카이로스, 말 그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인 순간이다.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기술이나 돈이 아니라 이를 따라잡을 시간인지 모른다. (산업부 윤영숙 부장)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출처: 한국기계연구원]

2026 글로벌 기계기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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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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