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년물 중심으로 발행 확대…올해 청약도 흥행
증권사 "판매수익보다 장기 고객 확보"…은행 자금 이동 기대
(서울=연합뉴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왼쪽 일곱번째)이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형 개인투자용 국채제도시행 및 업무시스템 오픈행사'에서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왼쪽 여섯번째) 및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8.27 [재정경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개인투자용 국채 시장이 퇴직연금이라는 새 수요처를 만나면서 한 단계 커질 준비를 하고 있다.
높아진 시장금리와 가산금리, 장기복리 효과가 맞물린 가운데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한 투자까지 가능해지면서다.
증권업계는 개인투자용 국채 자체의 판매 수익보다는 퇴직연금 고객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업계 안팎에선 은행 중심으로 쌓여 있던 보수적 연금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 개인투자용 국채 매력 '부각'
9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 규모는 총 2천300억원이다.
3년물 이표채 20억원과 복리채 30억원, 5년물 500억원, 10년물 1천100억원, 20년물 650억원이 발행된다. 전월보다 전체 발행 규모가 800억원 늘었다.
10년과 20년물을 합한 장기물 발행 규모만 1천750억원이다. 전체 발행액의 약 76% 수준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시작되는 퇴직연금형 개인투자용 국채 수요를 염두에 두고 장기물 공급을 확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부터 DC와 IRP 계좌를 통해 개인투자용 국채 10·20년물을 직접 살 수 있다.
신한·하나·NH농협은행과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8개 금융회사가 우선 판매에 나선다. 정부는 향후 참여 금융사를 추가할 방침이다.
금리 수준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9월 발행분의 표면금리는 10년물이 연 4.415%, 20년물은 연 4.570%다. 여기에 두 만기 모두 35bp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만기 보유 시 세전 기준 총수익률은 10년물이 약 59.3%, 20년물이 약 161.3%다. 20년물은 1천만원을 투자할 경우 만기 원리금이 약 2천613만원이 되는 구조다.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투자자 관심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올해 1~7월 개인투자용 국채 누적 청약액은 약 2조1천500억원으로 모집액 대비 평균 경쟁률이 1.70대 1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평균 경쟁률은 1.83대 1이었다.
◇증권사 "국채보다 연금 고객이 더 중요"
증권업계도 관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 자체보다는, 이를 매개로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 변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동일한 상품인 만큼 특정 금융사를 통해 가입하더라도 상품 자체의 차별화는 크지 않다.
결국 금융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를 얼마나 고객들을 자사 퇴직연금 플랫폼으로 끌어오느냐가 경쟁의 핵심인 셈이다.
증권사들은 이미 고객 유치전에 나선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다른 금융사에 보유한 DC·IRP 자산을 이전하는 고객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고 있으며, 삼성증권 역시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 고객 대상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는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장기적인 퇴직연금 고객 확보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용 국채의 판매 수수료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를 계기로 연금고객을 유치하면 이후 다른 금융상품까지 거래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에 머물던 안정 지향형 자산가들의 연금자금을 증권사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권업계는 눈여겨보고 있다.
일단 DC나 IRP 자산을 옮겨온 고객은 단기간에 다시 금융사를 변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개인투자용 국채 자체도 10년과 20년이라는 초장기 상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국채 하나를 팔면서 길게는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는 연금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셈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와 리츠,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퇴직연금 투자상품 라인업을 확대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NH투자증권이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를 시작하면서 퇴직연금 내 ETF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함께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개인 자금, 장기 국채의 새 수요처 될까
채권시장에서는 개인투자용 국채 확대를 국채수요 기반 다변화 측면에서 주목한다.
정부의 국채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받아줄 투자자 기반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장기 국채는 그동안 보험사와 연기금 등 기관의 수요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개인투자용 국채와 퇴직연금이 결합하면 가계가 보유한 장기 저축자금이 국채로 직접 유입되는 새로운 통로가 만들어진다.
특히 개인투자용 국채는 유통시장에서 활발히 매매되는 일반 국고채와 달리 만기까지 보유하는 '바이 앤드 홀드' 성격이 강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매매를 반복하지 않는 안정적인 장기 투자자가 추가되는 셈이다.
퇴직연금 자금의 속성도 장기 국채와 잘 맞는다.
퇴직연금은 애초 장기간 운용하는 자금인 만큼 일반 투자자가 느끼는 10~20년 만기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개인투자용 국채가 갖는 중도환매상의 단점도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일부 희석된다.
다만, 아직 시장 확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현재 매력에는 국고채 금리 상승의 영향이 적지 않아서다. 향후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신규 발행분의 금리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또 가입 후 1년이 지나면 중도환매가 가능하지만 이 경우 가산금리와 복리 혜택이 사라지는 만큼 유동성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는 제약이 있다.
결국 이달 첫 퇴직연금 청약 결과가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판단할 시장의 가늠자가 되는 셈이다.
기존 전용계좌를 통한 개인 청약을 넘어 실제 DC·IRP 자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특히 10년물과 20년물 가운데 어느 구간에 수요가 몰리는지가 관건이다.
증권업계에도 이번 청약은 시험대다.
앞선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용 국채가 단순한 안전자산 상품에 그치지 않고 퇴직연금 고객을 증권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게이트웨이 상품'으로 자리 잡는다면 개인용 국채와 퇴직연금 시장 모두의 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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