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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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상 기관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총파업과 탄원서 제출 등 강경 투쟁 기류가 형성되는가 하면, 기관 내부에서는 직급과 연차에 따라 명확한 '온도차'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관망세에 가까운 고연차 관리직과 달리, 저연차 청년 직원들의 반발은 비장함마저 감도는 듯하다.
청년 직원들의 거센 저항은 단순히 '지방에 가기 싫다'는 식의 님비(NIMBY)나 이기주의로 치부하기 어려운 데가 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정주 여건과 삶의 양식을 희생시켜 온 기존 국가 주도 정책에 대한 젊은 세대의 근본적인 의구심이자 거부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미 자녀를 키워냈거나 수도권에 자가를 소유하고 퇴직을 몇 년 앞둔 선배 세대에게 지방 이전은 주말부부를 감수하거나 연금 수령 전 거쳐 가는 단기적 불편에 그칠 수 있다. 반면,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30 세대 청년들에게 근무지 이전은 삶의 기초 설계를 흔드는 생존의 문제다. 문화·의료 인프라, 인적 네트워크, 배우자의 직장, 그리고 육아 환경이 집중된 수도권을 떠나는 것은 개인의 커리어와 삶의 질 전체가 후퇴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실제로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지방으로 내려간 수많은 청년 직원이 이직을 선택하거나 주말마다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나 홀로 이주'를 반복했다. 청년들에게 '공공기관 합격'이라는 성취 뒤에 찾아온 근무지 이전은 국가를 위한 일방적 차출에 가깝게 느껴진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거부감이 더 뚜렷한 모습에서 정부 여당에 대한 청년 민심의 이탈이 오버랩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8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고 18~29세(28.8%)와 30대(29.8%) 지지율이 20%대를 보였다. 20대 남성(21.4%)과 30대 남성(20.8%)에서는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20% 초반에 머물렀다.
민주당과 현 정부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지역 불균형을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다. 국토 균형발전을 이룬다는 국가적 명분은 당위성을 갖는다. 하지만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정작 정책의 실질적 당사자인 청년들의 삶은 '지역 균형'이라는 거대 담론에 밀려 뒷전으로 밀렸다.
그간 청년층은 공정과 기회, 그리고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정치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정책 추진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공급자 중심, 국가 주도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지방으로 기관을 옮기기만 하면 지역이 살아나고 청년들도 정착할 것이라는 일방적 낙관론은 현실을 모르는 청년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작 청년들이 체감하는 것은 '수도권 상실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뿐이다.
청년들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보다 자신의 현실적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민감하다. 일자리 품질, 정주 여건, 개인의 자율성을 경시한 채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는 식의 정책 프레임은 청년 세대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여당이 주장해 온 '청년 친화적 정치'가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거대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철저히 작동하지 않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은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지만 이를 대하는 청년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세심함 없이 지역과 청년을 구할 수 있을까.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성공하려면 기관의 물리적 이동을 넘어, 청년들이 그 지역에 살고 싶게 만드는 세밀한 사회적 인프라와 커리어 비전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경제가 성장을 거듭하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꿈꿀 수 있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세대는 입시와 취업, 고용 불안 등 경쟁을 거듭하는 환경에서 초고령화와 소득 양극화로 늘어난 복지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학생들이 컴퓨터공학과로 몰리는 현상이 인공지능(AI)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기보다 일자리라는 구체적인 안정성을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청년들의 반발에 깃든 불안을 직시하는 정책 민감도가 필요하다. (산업부 부동산팀장)
hjlee2@yna.co.kr
이효지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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