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한때 적극적인 달러 매수로 달러-원 환율 상승세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던 서학개미, 즉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최근 환율 하락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다소 줄어든 미국 주식의 매력도와 국내 증시 급락으로 서학개미의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핵심 달러 매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내국인은 지난 8월 미국 주식을 19억6천만달러(약 2조6천억원) 순매수했다.
지난 7월의 46억4천만달러(약 6조2천억원)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지난 7월 일일 매수 규모는 2억1천만달러였으나 8월에는 9천300만달러로 감소했다.
내국인은 9월 들어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매수세가 살아나지는 않고 있다. 이달 순매수 규모는 3억900만달러로 하루 평균 9천700만달러 매수한 셈이다.
앞서 서학개미가 달러-원 환율 상승세를 뒷받침하던 때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내국인은 지난해 10월 미국 주식을 68억5천만달러 순매수했고, 11월에는 59억3천만달러 규모로 주식을 사들였다. 하루 평균 매수 규모가 3억달러에 달했다.
월간 순매수 규모는 작년 12월 18억7천만달러로 줄었다가 다시 올해 1월 50억달러, 2월 40억달러로 증가하며 달러-원 환율 오름세를 부추겼다.
내국인 해외 투자가 환율 쏠림을 유발하자 정부는 서학개미가 국내로 돌아오도록 유인책을 내놓기도 했다.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일정 기간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내놨고, 개인 투자자가 환 헤지를 위해 선물환 매도를 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동시에 증권사들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외 투자 리스크를 분명하게 알리도록 했다.
이처럼 정부가 대책을 모색하게 할 정도로 한동안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강력한 달러-원 환율 상방 재료가 됐으나 최근 하향 국면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락세가 워낙 가팔라 저점을 기다리는 심리도 있겠지만 해외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 자체가 한창 활발할 때 대비 줄었다는 목소리가 증권가에서 들려온다.
수출업체들이 내놓는 달러 매도 물량을 상쇄할만한 매수세를 서학개미에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당분간 달러-원 환율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내국인 해외 투자가 크게 줄어든 반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역대급"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7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420억8천만달러로 2개월 연속 400억달러를 웃돌며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 1~7월 누적 흑자 규모는 무려 2천330억9천만달러에 달한다.
지난 8월 수출이 982억5천만달러로 역대 3위 규모를 기록하고 반도체 수출만 466억5천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경신한 데서 '역대급' 경상 흑자로 인한 달러 공급 기대가 지속된다.
올해 코스피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동향
미국 주식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든 데다 코스피 급등장에 올라탔던 투자자들이 많은 것은 서학개미를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스페이스X 상장과 같은 흥행 카드가 당장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은 사상 최고 수준에서 소폭 오르는 데 그치는 모습이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 7월과 8월 각각 0.32%와 1.34% 올랐으며, S&P500지수는 7월에 0.13% 떨어지고 8월에 2.62% 상승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7월에 3.20% 밀렸다가 8월에 3.93% 올랐다.
고점에서 정체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여건이다.
아울러 반도체주 주도로 매섭게 치솟던 코스피가 고점을 찍고 급락하면서 많은 투자자가 손실 구간에 머무는 상황도 미국 주식 투자를 제약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상당한 규모의 유동 자금이 코스피에 묶여 있어 미국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줄었을 것이란 평가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낙폭을 되돌렸는데도 여전히 고점 대비 각각 28%와 40% 내려온 상태다.
단기간에 주가가 전고점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낙폭이다.
이에 국내외 증시 전반에 활기가 돌고 상승 기대가 커져야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달러 매수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그러나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 선회 등으로 증시가 쉽게 강세를 달리기 어려운 환경이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서학개미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장 투자에 관심을 보일만한 환율 레벨이지만 투자 여력이 없는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이렇게 내려오면 서학개미가 달러를 사야 하는데, 삼전닉스에 물려 매수세가 붙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ywshin@yna.co.kr
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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