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은 부동산 가격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
'금리는 중력'이라는 비유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금리상승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부동산은 예외라는 믿음, 그리고 '설마 금리를 많이 올리겠어?'라는 안일함이 겹친 결과로 짐작된다.
후자는 주식·채권시장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오류다. 연초만 해도 채권시장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연내 기준금리 동결(2.5% 유지)을 예상했다. 그러나 성장과 물가에 대한 전망이 바뀌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기존 채권 보유자들은 큰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부동산은 다르다'는 통념과 달리, 과거를 돌아보면 금리 인상은 어김없이 서울·수도권 집값의 변곡점이 되었다. 물론 대출 규제와 세금 등 수요측 변수도 중요하다. 다만 금리인상기에는 통상 수요억제책이 병행되었다는 점에서, 금리를 중심에 놓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과거 네 번의 금리인상기와 서울 집값의 움직임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1) 2005~2007년 금리 인상
한국은행이 RP 7일물 기준의 '기준금리' 체제로 전환한 것은 2008년 3월부터이며, 그 이전의 정책금리는 콜금리였다. 2003~2004년 카드사태 이후 내수 침체에 대응하여 콜금리를 3.25%까지 낮췄다. 이후 2005년 들어 민간소비가 회복되고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실질성장률이 5% 수준까지 높아졌다. 당시 소비자물가는 2~2.5% 수준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았지만, 2003~2004년 저금리가 장기화로 불어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었다.
2005년 10월 금리 인상이 시작된 뒤에도 2006년 서울 집값은 크게 올랐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차를 고려하면, 2003~2005년 저금리 기간에 형성된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2006년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역별 차이가 뚜렷했다. 서울 강남 3구(흑색 계통)는 2006년에 고점을 형성한 뒤 2007년부터 정체·하락한 반면, 그간 소외되었던 서울 중저가 지역(녹색 계통)은 2007년 들어 급등하는 디커플링이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선별적 규제가 시차를 두고 고가아파트 수요를 눌렀지만, 풍선효과는 피하지 못한 셈이다. 아울러 당시 실질성장률이 5~6%를 유지한 데 비해 인상 속도는 완만했고 출발점도 워낙 낮았기에, 긴축이라기보다 중립 수준으로의 복귀에 가까웠다는 점도 감안할 부분이다.
자료: 한국은행, KB
(2) 2010~2011년 금리 인상
금리와 집값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선명했던 시기다. 2008년 9월 금융위기로 글로벌 달러 경색이 국내 신용경색으로 번지자, 한국은행은 그해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25bp를 인하했다.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한 규제 완화까지 더해지며 강남 3구 주요 아파트 시세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했다.
'차화정' 중심의 수출에 힘입어 2010년 성장률이 6~7%에 달하는 등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자, 한국은행은 2010년 7월부터 다섯 차례 금리를 올렸다. 2%의 초저금리 덕에 2009년 봄부터 반등했던 강남권 재건축과 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은, 금융위원회 주도의 가계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겹치며 약세로 돌아섰다. 이전과 달리 강남과 비강남이 동반 약세를 이어가 완연한 하락장으로 체감된 것이 특징이다. 2012년 7월 금리인하로 돌아선 뒤에도 수도권 부동산 약세는 한동안 이어졌다. 하락이 1~2년 이상 길어지자 '부동산 불패' 심리 자체가 꺾인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 한국은행, KB
(3) 2018년 금리 인상
집값 급등기로 기억되는 문재인 정부(2017년 5월~2022년 5월) 시기에 서울아파트 매매가 약세를 보인 것은 2019년 상반기 정도다. 저금리가 이어지며 2018년 집값이 폭등하자 9·13 대책(대출규제)이 나왔고, 그해 11월 금리 인상이 뒤따르며 조정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급락으로 한국은행은 불과 8개월 만인 2019년 7월 인하로 선회했고, 집값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당시 짧은 하락과 빠른 반등은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출·세제 규제는 금리 환경이 긴축적일 때만 지속력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규제로 눌린 시장에 금리 인하가 시행되면 오히려 매물 잠김을 통해 상승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 한국은행, KB
(4) 2021~2022년 금리 인상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하반기에는 세종·대구·인천 등이 먼저 하락하였고, 2022년 하반기에는 서울 전역으로 하락세가 확산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했다. 당시 금리 인상의 속도가 유례없이 빨랐던 탓에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위력을 생생하게 체험한 시기였다. 소득대비 가계부채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는 점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자료: 한국은행, KB
◇금리 인상과 불패심리의 줄다리기
최근 10년간 약세장은 2019년 상반기와 2022년 하반기 두 번뿐이었고, 그마저 1년을 넘기지 못했다. 하락의 기억은 쉽게 지워졌고, 집값 불패심리는 오히려 강해졌다. 약세가 단기에 그친 데는 팬데믹 직후의 급격한 금리인하, 정책자금을 활용한 대출금리 인하가 각각 뒤따른 영향이 컸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하락 국면이 길어지기 전에 금융 여건이 다시 완화된 것이다.
금리는 집값을 움직이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금리인상 없이 수요억제책만 가동되었던 시기와, 금리 인상이 병행된 시기의 수도권 집값 흐름은 판이했다. 투자수요가 쏠리는 강남권 아파트가 인상기에 먼저 조정받고, 인하기에 먼저 오르는 패턴도 반복되었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대출 규제와 세제 변화를 반영하여 고가아파트의 호가는 낮아지는 반면, 20억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2025년 10.15 대출 규제 이전까지는 한강변과 비한강변 아파트의 가격 차가 크게 벌어졌지만, 대출 규제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강남권 아파트의 약세가 지속될 경우 풍선효과로 인한 상승은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은 유의할 부분이다.
금리 인상 자체는 아파트 가격에도 중력으로 작용한다. '투자보다 저축이 낫다'는 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것 또한 금리 인상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을 배경으로 반도체 대기업 임직원들의 역대급 성과급 지급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 변수다. 불패 심리가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목돈이 생기면 해당 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자금이 세금과 금리 부담으로 시장에 출회되는 매물을 소화하는 데 그칠지, 아니면 다시 상승장의 불쏘시개가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올해 남은 기간 중 약세장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부동산으로 유동성 쏠림은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상승이 길어질수록 '포모' 심리가 수요로 이어지지만, 가격하락이 지속되면 수요 역시 빠르게 위축되기 때문이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
장순환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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