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자 원화 지급·수령부터 예금·운용까지 지원
통합원화계좌·한은 국제결제망 연계…원화 일시차입 허용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정부가 그간 '역외원화결제기관'으로 불러온 기관의 제도상 명칭을 '해외원화업무취급기관(RFI-K)'으로 제시하고 등록 방식과 업무 범위를 구체화했다.
RFI-K는 기존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가운데 해외 원화업무를 하려는 기관이 재경부에 추가 등록하는 구조다. 등록 기관은 해외에서 비거주자를 대상으로 원화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9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외국 금융기관의 외국환업무에 관한 지침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해외원화업무와 해외원화업무취급기관의 정의를 신설하고, 기존 RFI 중 해외에서 원화 업무를 하려는 기관이 재경부에 별도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RFI가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위해 도입됐다면, RFI-K는 해외 현지에서 비거주자에게 원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RFI 제도를 기반으로 해외 원화 업무를 위한 별도의 등록 체계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RFI-K의 업무 범위에는 비거주자의 원화 지급과 수령을 비롯해 예금 등 원화의 보유·조달·운용을 지원하는 업무가 포함된다.
RFI-K는 국내 외국환은행에 통합원화계좌를 개설하며, 고객의 원화 거래에서 발생한 자금은 한국은행 원화국제결제망을 통해 최종 결제된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는 국내 금융기관에 직접 원화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현지 금융기관의 원화 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RFI-K를 활용한 비거주자 간 원화 표시 자본거래를 신고 예외로 두는 방안도 추진된다.
야간이나 해외 영업시간에 결제 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RFI-K가 국내 외국환은행으로부터 필요한 원화를 일시 차입(오버드래프트)할 수 있도록 한다. 원화 유동성 부족에 따른 결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RFI-K는 고객이 비거주자인지 확인하고 월별 거래 내역을 사후 보고해야 한다. 당국은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경우 원화 자금의 조달·운용 방식이나 자산·부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이번 행정예고의 의견 제출 기간은 지난 3일 종료됐다. 재경부는 제출된 의견 등을 검토한 뒤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백누리 재경부 외환제도과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발간한 '나라경제 9월호'의 경제정책 해설을 통해 원화가 해외에서 지급·보유·운용되고 해당 자금이 다시 순환할 수 있는 역외 원화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보유한 원화를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 채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역외 대차거래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원화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도 확대한다.
다만, 해외에서 원화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렵다. 서울 외환시장의 거래가 뜸한 시간대에 뉴욕과 런던 등에서 필요한 원화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결제용 원화 일시차입 허용과 함께 필요한 경우 한은·외국환평형기금 등 공공부문이 원화 유동성 공급의 백스톱 역할을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원화 증권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결제촉진대금 등 원화 유동성 제도를 개선하고, 이들 기관이 본사 등으로부터 원화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차입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국내 외국환은행의 커스터디 업무 참여도 확대한다. 해외 원화 서비스와 국내 금융기관의 결제·자산관리 기능을 연계해 원화 거래 기반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RFI-K는 해외 고객에게 원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은 원화국제결제망은 거래에 따른 원화 자금의 최종 결제를 담당한다. RFI-K가 해외 고객과 국내 결제 인프라를 잇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은은 KB국민·우리·하나·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함께 이달 시범운영을 목표로 원화국제결제망을 구축하고 있다.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1월부터 24시간 가동할 계획이다.
백 과장은 "원화가 경제 체급에 걸맞은 국제적 위상을 갖기까지는 많은 정책적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올해 9월 역외원화결제시스템 시범 개통은 그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원화가 세계시장 안에서 더 널리, 더 편리하게 쓰이는 통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첫발을 단단히 내딛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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