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치킨게임…"현재로서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 굴복 비용 훨씬 커"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열린 글로벌 재정지배시대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물가뿐 아니라 재정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왔다.
재정이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서 물가 궤적이 내려가고 있다면 금리 인상의 비용이 동결 비용보다 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9일 열린 NH투자증권의 '부채 전쟁'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올해 글로벌 국채, 회사채 총발행 규모는 29조달러 수준"이라며 "코로나19 발발 당시 수준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신흥국의 부채 증가 속도는 향후 선진국보다 빠를 전망"이라며 "그간 부채 위기 공포가 부채 발행을 억제했지만 이제는 부채 발행에 두려움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부채 확대의 원인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밸류체인 조정과 국가 안보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하는 국가 단위의 산업 정책의 횟수가 확대된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대표적 사례인 한국의 설비투자 증감률을 요인별로 분해하면 글로벌·안보 요인의 기여 비중이 20년 전 29.6%에서 2020년 이후 43.9%로 크게 확대됐다"며 "반면 해당 기간 시장 및 경기 요인은 70.4%에서 56.1%로 축소됐다.
국가 간 부채 전쟁에서 국가와 기업 간 전쟁으로 확전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5년 이후 하이퍼스케일러 중심의 인공지능(AI) 관련 채권 발행 규모는 전년의 각각 4.5배, 2.9배로 급증했다.
강 연구원은 "정부와 기업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부채 발행을 이어가니, 부채 시장 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재정이 지배하는 시대에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치킨게임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재정지배시대는 치킨게임에 묘사된다"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중 포기했을 때 비용이 더 큰 쪽이 주도권을 갖는다"며 "물가를 잡는 것과 재정을 사용해서 국가안보와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것 중에 포기됐을 때 비용이 뭐가 더 큰지를 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굴복의 비용이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이 훨씬 크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구도에서 수익률곡선 커브도 원래는 중앙은행의 몫이지만, 최근에는 재정당국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미국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커브 관련해서 발언을 많이 이어나가고 있다"며 "커브의 주인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이 물러날 수 없다 보니, 금리를 급등시켜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도 중앙은행보다는 재무부가 더 클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재정지배시대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했을 때의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 연구원은 "금리 인상의 페이오프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며 "금리를 올렸을 때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부채가 많다면 금리 인상의 비용이 효익보다 훨씬 크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지출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당연히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것"이라면 "중앙은행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금리 인상 효과가 있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시장의 상식이었던 물가와 고용, 성장과의 관계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필립스 곡선, 오쿤의 법칙 모두 관계가 크게 약화됐다"며 "경제에 대한 가정이 틀리면 모델의 결과 역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이제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상수로 보고 중앙은행도 물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재정 여건도 봐야 하고, 금융안정도 보는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복잡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궤적 자체가 물가가 내려가고 있다면 금리 동결의 비용보다는 인상의 비용이 크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강승원 수석연구원
jhson1@yna.co.kr
손지현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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