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달러-엔 환율 동향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원화와 엔화가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강세 배경도 유사해 이목이 쏠린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불안정한 대외 여건에도 양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부각되면서 원화와 엔화가 오름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외환당국의 실개입 없이도 펀더멘털이 통화 강세를 주도하고 있어 기준 금리 결정과 거시 경제 지표 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10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원화는 지난 8월 이후 달러화 대비 7.08% 뛰며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엔화 역시 2.73% 오르면서 호주달러화와 함께 2위권 상승률을 보였다.
엔화는 9월 들어 급등하는 추세다. 이달 들어서만 4.45% 올라 주요 통화 중 가장 가파르게 뛰었다. 원화가 2.57% 상승하며 엔화를 뒤따랐다.
한국까지 합세한 미국과 일본의 시장 개입은 지난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이뤄졌으나 달러-엔 환율이 150엔대에서 본격 하락한 것은 9월 들어서다.
최근 달러-엔 환율은 152엔대까지 미끄러지며 지난 2월 이후 최저로 내려섰다.
달러-엔 환율은 단 6거래일 동안 7엔가량 빠졌는데 시작 지점은 지난 2일 전해진 '레이트체크' 소식이다. 통상 레이트체크는 당국의 개입 신호로 여겨진다.
이달 들어서도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 약세 방어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으나 실개입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당국이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서면 일본은행(BOJ)이 매일 발표하는 데이터에 흔적이 남는다.
중개사를 통해 이뤄지는 스팟 거래량은 평소 10억~40억달러 규모로 집계되는데 개입이 이뤄진 경우 폭증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4월과 7월 개입시 하루 거래량이 300억달러 이상으로 집계된 바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8월 6일 송고한 '日 개입 주시하는 서울환시…개입 규모 미리 보는 방법은' 기사 참조)
그러나 이달 들어 일일 거래량은 평상시 수준으로 조금 많은 날의 경우 60억달러에 불과했다.
최근 달러-엔 환율이 당국의 실개입보다는 기준 금리 전망과 경상수지, 경제 성장세 등 펀더멘털에 근거해 방향을 틀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시장은 BOJ가 곧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은 BOJ가 오는 17~18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25bp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과 금리차 축소에 대한 기대로 엔화 강세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일본의 경상수지와 경제 성장세도 엔화 상승을 뒷받침한다.
일본의 상반기 경상흑자 규모는 17조4천292억엔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고, 7월 경상흑자 규모도 2조9천889억엔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아울러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1.4%로 속보치인 1.1%를 상회했다. 모두 엔화 상승을 뒷받침하고 BOJ의 금리 인상도 지지하는 데이터다.
원화 역시 최근 들어 펀더멘털을 발판 삼아 오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리밸런싱 등 수급 쏠림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사라지면서 한미 금리차와 경상수지, 양호한 성장세와 같은 펀더멘털이 원화를 강세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리를 25bp씩 두 번 연속 인상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금리가 3.00%로 오르면서 미국과 기준 금리차는 0.75%포인트로 줄었다.
지난 7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420억8천만달러로 2개월 연속 400억달러를 웃돌며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 1~7월 누적 흑자 규모는 무려 2천330억9천만달러에 달한다.
지난 8월 수출은 982억5천만달러로 역대 3위 규모였는데 '역대급' 경상흑자 추이를 예상케 한다. 한은은 올해 경상흑자를 4천500억달러, 무려 600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대폭 상향 조정한 가운데 지난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0.6%, 전년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로 유입되는 막대한 규모의 달러화과 강한 경제 성장세가 원화를 강세로 이끄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202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330원대로 떨어진 달러-원 환율은 계속해서 하단을 탐색하는 중이다.
원화와 엔화가 펀더멘털을 근거로 뛰고 있어 당분간 다른 변수보다는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과 경상수지, 성장률 등 거시 경제 지표에 외환 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급격한 엔화 강세는 일본은행의 통화긴축 가속 전망, 일본 공적연금(GPIF) 자산배분 변경 가능성 등에 의해 촉발되고 엔화 매도 포지션 청산이 증폭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점진적인 엔화 강세가 예상되나 강세 지속 여부는 일본은행의 통화긴축 강도,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 대책, 달러화 흐름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구조적 달러 유출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반도체 수출이 만들어낼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과소평가했다"며 "한은은 반도체 호조를 바탕으로 올해와 내년 경상흑자를 각각 4천500억달러와 4천300억달러로 전망했는데 이는 거주자 해외투자와 외국인 자금 유출을 압도할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상흑자로 인한 달러 공급이 원화 강세로 이어지는 전통적 경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융계정이 환율의 속도 및 변동성을 좌우한다면, 경상계정은 환율의 중기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평가했다.
ywshin@yna.co.kr
신윤우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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