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경영 정상화에 주가 반토막…콜옵션 행사 유인 없어
풋옵션 고민 시작한 FI…원금 회수 불가능시 행사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현지 자회사인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한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까지 흑자 전환 등 경영 정상화에 성공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던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국민은행이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서 이제 공은 재무적투자자(FI)에 넘어갔다. FI들은 풋옵션 행사를 검토하고 있어 추후 국민은행이 수천억원 규모의 지분을 되사야 하는 처지가 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2023년 KB뱅크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FI로 참여한 스틱인베스트먼트-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과 주주간 계약을 체결, 이들이 보유한 지분 약 17%에 대해 콜옵션을 확보했다.
올해 5월까지가 행사 기한이었지만 고민 끝에 행사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 지분 처분에 대한 결정권은 2대주주인 스틱인베-유진PE 컨소시엄으로 넘어갔다. 이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국민은행은 3년 전 투자받은 금액에 이자를 얹어 지분을 되사와야 한다.
스틱인베-유진PE는 KB뱅크가 지난 2023년 4월 경영 정상화 목적으로 실시한 유증에 참여하며 주주가 됐다. 특수목적법인(SPC)인 스틱유진스타홀딩스를 세우고 KB뱅크 주식 319억주(약 17%)를 3조1천900억 루피아, 한화로 약 2천8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KB뱅크의 1조원 규모 유증은 국민은행이 약 7천억원을 출자하고 3천억원은 외부 투자자를 모집하는 구조로 짜였다. 외부 투자자의 유증 참여가 시장에 KB뱅크의 미래 성장성이 밝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KB뱅크는 국민은행이 인수 후 2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부실채권 처리와 충당금 적립으로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회복 속도가 더뎠다. 이에 FI를 유치하기 위해선 일종의 유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국민은행과 FI는 주주간 계약에 상호옵션(콜옵션·풋옵션) 조항을 넣었다. FI의 투자금 회수 관련 불확실성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국민은행은 FI의 지분 취득일로부터 2년 반이 지난 다음 6개월 동안 이들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FI는 그 이후 1년간 풋옵션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국민은행의 콜옵션 권리는 이미 소멸했고, FI는 내년 5월까지 국민은행에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을 사가라고 요구할 수 있다.
국민은행의 콜옵션 포기 결정엔 KB뱅크의 시장가치가 유증 당시 대비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콜옵션 행사가는 계약 당시 합의한 수익률이나 행사시점 이전 일정 기간의 주가 수준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증 대금을 납부한 2023년 5월 KB뱅크 주가는 100루피아 정도였지만 3년이 지난 올 5월엔 50루피아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콜옵션을 행사하면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지분을 취득하는 셈이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준 가격 대비 시세가 비싸야 콜옵션을 행사할텐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옵션을 행사할 경제적 유인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국민은행 입장에선 KB뱅크 지분 확대를 서두를 필요도 없다. 현재 지분율이 66.88%로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없는 데다, 실적이 좋지 않아 KB금융 연결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천억원을 태우더라도 기존 주주의 지분을 넘겨받는 것이기 때문에 KB뱅크에 대한 추가 자본확충 등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섣불리 옵션을 행사했다간 불리한 가격에 지분을 늘렸다고 추후 문제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해당 주식에 대한 처리 권한이 FI 측에 넘어갔다. 금융권에선 행사 기한이 내년 5월까지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결정을 서두르진 않을 것으로 본다. KB뱅크의 경영 정상화와 실적 개선,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해 지분 처리를 고민할 걸로 예상한다.
풋옵션 행사가는 콜옵션과 달리 주가와 연동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원금에 계약자간 합의로 정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하는 구조다. 주가가 크게 뛰어 장내매각이 더 유리한 상황이 된다면 FI 역시 굳이 풋옵션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장 매각을 통한 원금 회수는 어려울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민은행으로선 FI가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천억원을 내주고 지분을 받아야 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한에 여유가 있으니 올해를 넘겨 내년쯤 행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주주간 추가 논의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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