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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반발 통했나…'편면적 구속력' 기준 2천만원서 낮춘다

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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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8일 각계 모아 비공개 간담회 진행

당국, 편면적구속력 기준 2천만원서 하향 가닥

독일사례 들어 '1천만~1천500만원' 대안 제시

청구액 아닌 '최종 조정액' 기준 방안도 검토

재판청구권 침해·분조위 독립성 쟁점은 여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금융당국이 소액 금융분쟁에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면서 적용 기준을 기존 의원안인 2천만원보다 낮추기로 가닥을 잡았다.

증권·보험·은행 등 금융권의 반발을 반영해 적용 기준금액은 1천만~1천500만원 수준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적용 여부는 소비자의 청구액이 아닌 금융감독원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최종 인정한 배상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10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금융투자·은행·보험업계와 학계·법조계·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소액분쟁 편면적 구속력 각계 간담회'를 비공개로 열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소비자가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다른 쪽 당사자인 금융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제도를 말한다. 소비자는 조정 결정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금융사는 불복할 수 없다.

현재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 결정에는 금융사를 강제할 구속력이 없다. 실제 2019년 12월 키코(KIKO) 사건에서 분조위가 배상을 권고했지만, 상당수 은행은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금융사가 불리한 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분조위 결정이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지적이 커졌고, 보완책으로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논의돼 왔다.

논의의 최대 쟁점은 적용 기준금액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김현정(현 정무위)·이정문(현 문체위) 의원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모두 분쟁가액 '2천만원' 이하 사건을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금융권의 생각은 다르다. 구속력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소액 분쟁이 대부분인 보험업계는 2천만원을 기준으로 삼으면 대다수 분쟁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등 대규모 사모펀드 손실 사태를 겪은 증권업계도 비상이다. 투자상품은 손실 가능성과 투자자 책임을 전제로 하는 만큼 업계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준금액만으로 구속력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단순 투자손실까지 배상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간담회에서도 금융권은 2천만원이 지나치게 높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한 각 업권 관계자들은 의원안보다 기준금액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험업계는 1천500만원도 높다며 기준금액 추가 인하와 적용 범위 축소를 요구했다.

당국도 제도를 처음 도입하는 만큼 2천만원보다 낮은 금액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단 입장이다. 분조위 결정에 판결과 비슷한 효력이 생기는 데다, 전체 금융분쟁에서 소액 사건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적용 기준으로는 1천만~1천500만원이 거론된다. 간담회 발제를 맡은 금융연구원 측은 독일이 유사 제도에서 '1만유로'(한화 약 1천560만원)를 적용한 사례를 소개하며 1천500만원 수준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에게 제공된 발제 자료에는 '1천만~1천500만원'이 대안으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정책 싱크탱크인 금융연구원의 정책 제언은 통상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발을 맞춘다. 1천500만원 이하의 금액이 정부안에 담길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사안에 정통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독일은 기준금액이 낮은 편이지만 영국과 호주 등은 수억원대"라며 "(당국은) 해외 사례와 국내 금융분쟁 현황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처음 도입하는 만큼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1천만~1천500만원 수준에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기준금액의 산정 방식을 바꾸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소비자의 청구액인 분쟁가액이 아닌 분조위가 최종 인정한 조정액을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이다. 소비자가 5천만원을 청구했더라도 분조위가 배상액을 1천만원으로 결정하면 편면적 구속력이 적용된다.

이런 대안에 대해 금융권은 신중한 입장이다. 분조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편면적 구속력 적용 여부를 알 수 없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반면 소비자가 요구한 금액보다 분조위가 실제로 인정한 배상액을 기준으로 삼는 게 더 합리적이란 분석도 있다. 청구액은 실제 피해보다 적거나 과장될 수 있지만, 최종 조정액은 사실관계와 금융사의 책임을 따져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융사의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도 기준 금액 못지않은 쟁점이다. 소비자가 분조위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금융사는 이에 불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없어서다.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와 금융권의 공통된 주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분조위는 법원이 아닌데 금융사가 재판도 못 받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 보호 취지에서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적용 범위를 최소화하고 충분한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선 이런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사에 제한적인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금융연구원은 법원에 준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권도 새 사실이나 증거가 발견되거나 사실관계가 잘못 판단된 경우에는 다시 판단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간담회에서는 분조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 추천 과정에서 금감원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분조위 구성부터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위원 구성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의원안을 토대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국정과제 중 하나인 만큼 연내 추진이 목표다. 당국은 각계에서 수렴한 의견을 정리해 구체적인 기준금액과 이의제기 절차 등을 담은 당국 차원의 안을 마련하고 있다.

입법 방식은 두 갈래다. 기존의 김현정 의원안을 법안소위에 상정한 뒤 당국 의견이 반영되도록 심사 과정에서 수정하거나, 다른 의원을 통해 당국 안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뒤 기존 법안과 병합 심사하는 방식이다. 어느 방식이 추진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당국 한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해질 사안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고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법안소위에 상정돼 논의되면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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