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국내 기관들의 채권 포지션이 무겁지 않은데도 이를 새로 채우려는 움직임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내내 이어진 금리 상승과 높은 변동성으로 트레이딩 계정의 손실이 누적된 데다 남은 기간 금리가 움직일 수 있는 폭도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추석을 앞두고 추가 수익을 노리기보다 손실을 더 키우지 않는 데 주력하면서 벌써 사실상의 '북 클로징'을 준비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11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567)에 따르면 국고채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 7월 약 14조3천억원에서 8월 15조2천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는 16조5천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거래량만 놓고 보면 시장의 활력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체감하는 부위기는 다르다. 거래를 완전히 접는다기보다 금리 방향성에 대한 베팅을 최소화하고 기존 포지션을 관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올해 실적은 약간 포기하는 분위기도 있고 얼마 안 있으면 추석이다 보니 벌써 북 클로징을 준비하는 곳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를 접는다기보다는 더는 다치지 않는 정도로만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미 손익이 많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직 뒤집을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금통위 이후에도 시장이 지지부진하면서 올해는 이제 마무리됐다는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관들의 채권 포지션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통상 포지션이 가벼우면 금리 상승 시 저가 매수에 나설 여지가 있지만 올해는 적극적으로 채권을 담을 여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B은행의 채권딜러는 "1년 내내 금리가 오르면서 매수를 자신 있게 할 여력이 있는 곳이 없다"며 "7~8월 금리가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번 곳도 있겠지만 트레이딩 계정은 내상을 좀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금통위도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며 "델타와 커브 모두 변동성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추석을 앞두고 올해 운용에 대한 기대를 접는 분위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그렇다"며 "일 년 내내 이런 상황이었으니 다들 기대를 접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뿐만 아니라 은행에서도 적극적으로 시장의 방향성을 이끌 만한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C은행의 채권딜러는 "증권사나 운용사 쪽에서는 주식에서 이미 높은 수익을 달성한 마당이라 올해 채권 부문 실적을 위해 굳이 무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마무리하고 내년을 노려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운용사는 펀드 유입에 따라 패시브하게 가는 기관이라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액티브하게 갈 이유가 없다"며 "은행도 예금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운용하는 정도이지 액티브하게 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은 5년을 넘는 채권은 잘 담지 않고 시장 레벨을 변화시킬 정도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부 대형 증권사의 경우 국고채 전문딜러(PD) 담합 건에 대응하느라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향후 금리의 상승과 하락 여력이 모두 제한적이라는 인식 역시 위험을 적극적으로 떠안을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은 반면 중동 전쟁과 국제유가 등 예상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는 남아 있어서다.
C딜러는 "연말까지 본다고 해도 위쪽이나 아래쪽 모두 금리가 움직일 룸 자체가 크지 않다"며 "중동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해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베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결국 거래량과 시장 참가자들의 위험선호 사이에 괴리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국고채 거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손익 악화와 제한된 기대수익,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기관들이 새로운 위험을 떠안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벌써 북클로징을 입에 올리는 것도 거래가 사라져서라기보다 남은 석 달 동안 추가로 위험을 감수할 유인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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