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포문 연 사마르칸트 발언 당시 고심 깊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윤시윤 기자 = "제가 전망하는 최종금리는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그 수준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겁니다."
'매파' 존재감을 진하게 남기고 한국은행을 떠난 유상대 전 부총재. 그가 전망하는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의 최종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일 연합인포맥스는 유 전 부총재를 인터뷰했다. 40년 '한은맨' 생활을 마무리한 뒤 두 번째로 긴 휴식을 가지고 있는 그를 자택 인근의 카페에서 만났다.
한은에서 조사국과 금융시장국 국제국 등을 두루 거치며 BIS 회의에 참석하고 수 차례의 통화스와프를 결성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통화위원으로서 치열하게 통화정책을 고민했던 유 전 부총재. 그는 모처럼 편안해 보였다.
윤시윤 기자
◇ 매파 유상대가 보는 최종금리 수준은
유 전 부총재는 강렬한 '매파'로 마지막 이미지를 남겼다.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고민하겠다"며 피벗의 포문을 열었고, 같은 달 금통위(동결)에서는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하며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런 유 전 부총재가 생각하는 최종금리는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최근 채권시장은 3.50% 수준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를 크게 상회하는 정도까지 내다보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 부총재는 "인플레이션 타겟팅에서 물가, 특히 근원물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지 않나"면서 "그런데 물가가 그렇게 높이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쉽게 떨어지지도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금리가 아주 많이 높지는 않을 듯한데 생각보다 고금리가 길어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유동성이 할퀴고 간 2022년 당시 소비자물가지수는 한때 6%를 넘어섰고,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를 웃돈 바 있다. 그런데도 당시 기준금리는 3.50%에서 여정을 멈췄다.
그와 비교하면 이번에는 근원물가가 2% 중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근원물가는 현 수준을 당분간 지속하며 크게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더욱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 부총재는 "코로나 이후에는 물가가 확 뛰었지만 오래되지 않아 떨어졌다"면서 "지금은 근원물가가 많이 올라가지는 않지만 2.5% 수준에서 계속 끈적끈적하게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금통위가 금리를 올리다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8월 금통위도 이해할 수 있어 보인다.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인상한 뒤 지켜보는 편이 '끈적끈적한' 물가에 대응하기에 용이하다는 점에서다.
유 부총재는 8월 금통위와 관련해 "두 차례 빠르게 올렸으니 이제 좀 지켜보고 가자는 시각이 강해질 수 있다"면서 "그래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9월은 회의가 없기 때문에 10월까지 기다리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존의 기준금리 수준인 2.75%보다는 소폭이더라도 일부 높아진 수준에서 9월 및 10월 데이터를 보고자 한 금통위원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8월 금통위 당시 시장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기준금리 동결과 인상 전망이 비등했던 상황에서 백투백(연속) 인상에 나선 만큼,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빠르게 수준은 더 높게 할 것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는 것이다.
특히 금통위원들의 향후 6개월 이후 기준금리 예상을 보여주는 점도표가 도비시(비둘기파)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유 전 부총재는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 소수의견은 이번에 조금 보고 가자는 측면이 있는 것이고, 점도표는 두 차례 인상한 만큼 앞으로는 조금 보고 가자라는 의견이 많아진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짓궂은 질문이 떠올랐다. 유 전 부총재의 임기가 일주일 더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유 전 부총재도 웃으며 답했다. "글쎄, 나는 좀 더 높게 찍었을까나?"
윤시윤 기자
◇ 금리 인상의 포문 연 사마르칸트 발언…뒷 이야기는
금리 인상 기조로의 전환 포문을 열었던 '사마르칸트 발언'은 어떻게 나왔을까.
유 전 부총재는 "원래는 신 총재님이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가 사마르칸트일 뻔했다"면서 "그런데 총재 대신 제가 가게 되면서 나름 고심이 깊었다"고 회상했다.
신 총재가 취임한 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긴 했지만, 피벗 메시지의 강도와 뉘앙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신 총재님은 제 스타일과 강도로 기자회견을 하라는 입장이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사마르칸트로 갔다"면서 "그런데 사실은 기자간담회장으로 가는 길에서도 어느 정도 강하게 이야기해야 할지 확신이 많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전 부총재는 지난 5월3일 당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좋아졌고 정부의 부양책으로 소비 심리도 살아났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을 기점으로 채권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급변했다.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세가 뒤따랐다.
유 전 부총재는 당시를 회상하며 "4월 중하순부터 경기가 굉장히 좋아진 것으로 지표상 확인이 되니까 사실은 4월부터는 경기는 좋았던 것 같다"면서 "논리적으로 보면 GDP(국내총생산)과 GDI(국내총소득)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수요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근원 인플레이션을 굉장히 높이지는 않겠지만 높은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끈적끈적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 전 부총재는 최근의 폭발적인 AI(인공지능) 흐름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의 하락 경로가 급반전한다거나 중립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등의 예단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중립금리는 추정하는 시점과 방법에 따라, 또 새로운 데이터 하나만 나와도 많이 바뀐다"면서 "물가 산출과는 달리 GDP는 2차 가공통계로 숫자가 뚝딱 나오지 않고 기초자료를 일정한 개념체계에 따라 결합하고 가공하는 통계인데, 이러한 통계에 기반하고 또 모형을 통해 잠재 GDP와 중립금리를 추정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중립금리 개념이나, 준칙주의자들의 입장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중립금리를 통해서 또는 통화량만 타겟해 물가나 경기를 조정할 수 없기에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직접 타게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jhkim7@yna.co.kr
syyoon@yna.co.kr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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