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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통화스와프 주역' 유상대 "환율 하락 오히려 늦었다"

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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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국제화로 쏠림 줄여야"…"반도체 호황은 '주어진 시간'…수도권 집중 완화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김정현 기자 = 유상대 전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한은에서 두 번째 퇴임을 했다.

1986년 한은에 입행한 그는 국제국장과 뉴욕사무소장, 국제협력국장 등을 거쳐 국제담당 부총재보를 지낸 뒤 2021년 한은을 떠났다.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23년 한은 부총재로 돌아왔고, 지난달 다시 한은을 떠났다.

그래도 오랜 직장생활에서 몸에 밴 출근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퇴임 후에도 오전 6시면 눈이 떠진다. 요즘은 조금 더 누워 있다 오전 8시께 일어나 직장 생활 내내 거르던 아침을 먹고 운동을 나서는 게 일상이 됐다.

유 전 부총재는 "시원한 것도 엄청 크고 섭섭한 것도 엄청 크다"며 퇴임 후 소회에 대해 운을 뗐다.

한은을 떠났지만 경제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선명했다.

유 전 부총재는 최근 달러-원 환율의 가파른 하락에 대해 오히려 "중동전쟁과 주가 급등 등으로 생각보다 조금 더뎠다. 늦게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해소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조개혁에 나설 수 있는 '주어진 기회이자 시간'이라고 봤다.

연합인포맥스는 지난 8일 유 전 부총재를 만나 외환시장과 원화 국제화,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방향과 퇴임 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환율 하락 오히려 늦어"…NDF 역내 흡수·거래 3∼5배 늘어나야

유 전 부총재는 한은 내에서도 손꼽히는 국제·외환 전문가다. 국제협력국장 시절 캐나다·스위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주도했고, 부총재보 때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총괄했다.

그런 그가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기초체력에 대해선 "지금이 가장 강건하다"고 평가했다.

유 전 부총재는 지난해 경상수지가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대외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짚었다. 지난해 말 이후 거주자의 해외투자 및 외국인 주식매도 등으로 5∼6개월 사이 대규모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를 넘지 않았다는 점을 우리 경제와 시장의 복원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유 전 부총재는 "필요하면 얼마든지 외화를 빌릴 수 있고 외환보유액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다"며 "2000년 이후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한 뒤를 보면 지금은 대내외 충격이 있을 뿐 회복력(resilience)이나 펀더멘털, 여러 요소로 볼 때 가장 강건하고 가장 견조할 때"라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가운데 경상수지가 악화하고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다. 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거나 새로 빌리기 어려웠고 기존 차입금 상환 압력까지 겹쳤다고 유 전 부총재는 회고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의 가파른 하락에 대해서는 오히려 "중동전쟁 등의 시장 외적 요인 등으로 늦게 떨어졌다"며 "환율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조금 더뎠다"고 말했다.

특정 주체의 수급만으로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대해서도 경계했다. 누군가 달러를 샀다면 반대편에는 판 사람이 있는 만큼 누가 사고팔았는지보다 왜 그 가격에서 거래됐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 전 부총재는 "환율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장기적으로는 물가와 성장 잠재력이고 중기적으로는 경상수지와 금리 차"라며 그 다음에 개별적인 달러 수요나 뉴스, 심리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원화 국제화도 이런 맥락에서 필요하다고 봤다. 자본 이동 규모에 비해 외환시장과 중개 기능의 성장이 더딘 만큼 시장 참가자를 다양화하고 거래 규모를 키워 단기 수급이나 심리에 따른 쏠림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외국인 거래자들이 우리 외환시장에서 거래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나 요구사항이 거의 없는 상황이 돼야 한다"며 "그러면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가 역내 거래로 흡수돼 역내 거래가 지금보다 최소한 3∼4배, 5배까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반도체 호황은 '주어진 시간'…"수도권 집중 완화해야"

유 전 부총재는 AI 혁명과 반도체 호황에도 한국 경제가 안고 있던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고령화와 생산성 부진, 중국의 추격,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등에 따른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이 큰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창용 전 한은 총재와 구조개혁 문제를 논의하면서 "잠재성장률이 너무 빠르게 떨어지고 있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백약이 무효"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예상하지 못했던 AI 혁명과 반도체 호황이 경기 사이클을 빠른 확장 국면으로 이끈 것은 한국 경제에 분명한 기회라고 봤다.

유 전 부총재는 "지금 다행히 반도체의 빠르고 긴 확장 국면을 주어진 기회로 보고 시간을 벌었다고 봐야 한다"며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집중 완화를 중요한 구조개혁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집중해야 할 분야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5개 내외의 거점도시 육성"이라며 "우선 사람이 행복하고 사람이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대여섯 개 거점도시를 육성해야 행복도도 높아지고 젊은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있다"며 부동산 문제 역시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큰 틀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훈은 '사랑과 최선'…"비교하는 사회 바뀌었으면"

두 아들에게 강조해온 유 전 부총재의 가훈은 '사랑'과 '최선'이다.

그는 "하나님, 나라, 가족,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가 하기로 선택하고 결정한 일과 해야만 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쁜 한은 생활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부족했지만 공공기관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가장의 모습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것이 가장 의미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후배들에게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유 전 부총재는 중앙은행이 정치적·사회적 압력에서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하려면 객관적인 자료와 이론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공부하는 직원이 훌륭한 중앙은행 직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는 후배들에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두 아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나친 비교 문화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유 전 부총재는 자신도 아이들이 열심히 또는 잘했을 때 칭찬하기보다 "몇 등이냐"고 물었던 부모였다며 "우리 사회는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까지 찾아내서 비교하고 경쟁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 자체도 큰 스트레스인데 사람을 물질이나 외모 같은 외적이고 획일적인 잣대로 비교하는 분위기는 정말 문제"라며 "하나의 외부 잣대에 세워 비교하는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 전 부총재는 집값 때문에 젊은 세대가 삶의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는 현실에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의미 있는 일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결국 보람이고 지나 보면 삶의 대가로 주어지는 추억"이라며 "50∼60살이 됐을 때 서울에 집이 있고 그 집이 비싸다고 해도 젊은 날의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jhkim7@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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