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금융지주가 쓸 수 있는 자본은 한정돼 있지만 주주환원과 생산적 금융, 미래 성장동력 확보 요구는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 자본을 배치하느냐가 각 지주의 성장 방향과 경쟁력을 가르는 셈입니다. 우리금융은 보험으로 비은행의 빈칸을 채웠고, 하나금융은 디지털자산을 선점했으며, 신한금융은 가격과 자본효율을 우선했습니다. 국내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KB금융은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서로 다른 출발점에 선 4대 금융지주가 선택한 자본 전략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4편에 걸쳐 짚어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을 위한 금융기관간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17 [공동취재]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지 1년 만에 비은행 이익 비중을 6.9%에서 22.3%로 끌어올리며 은행 중심의 그룹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보험 계열사가 없었던 우리금융은 기존 비은행 계열의 자체 성장만으로는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고 보고 1조5천억원대 인수·합병(M&A)을 통해 보험을 새로운 이익 축으로 확보했다.
다만 비은행 이익 비중이 3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과 달리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06%에서 9.01%로 하락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 두 보험사의 이익을 지주의 배당과 다른 계열사의 성장 재원으로 연결해야 이번 인수의 자본효율도 입증될 전망이다.
◇보험 없던 우리금융…1.5조 인수로 비은행 이익 비중 3배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7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 가격은 동양생명 1조2천820억원과 ABL생명 2천649억원 등 총 1조5천469억원이다.
인수 전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는 데다 증권사의 자본력과 이익 규모도 경쟁 지주보다 작아 은행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상반기 비은행 이익 비중은 6.9%에 불과했다.
기존 계열사의 자체 성장만으로 이익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전환에 필요한 자기자본 3조원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단계이고, 카드와 캐피탈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비은행 이익을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우리금융은 일정한 자산과 고객 기반을 갖춘 보험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험업은 계약 기간이 길고 은행과 수익 사이클이 달라 그룹 실적의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 이후 우리금융의 비은행 이익 비중은 2026년 상반기 22.3%로 전년 동기보다 15.4%포인트(p) 상승했다.
1년 만에 비중이 3배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증권·카드·캐피탈 중심의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보험이 새로운 이익 축으로 추가됐다.
보험 계열사의 실적도 개선됐다. 동양생명의 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274억원에서 올해 2분기 669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동양생명의 자기자본은 1조3천427억원에서 2조3천370억원으로 약 74% 증가했다. 금리 여건 변화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의 평가손실이 1조4천141억원에서 5천301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비은행 이익 3배 늘었지만 ROE 9.01%…자본 수익화는 과제
보험사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는 달라졌지만 늘어난 자본과 이익을 실제 성장 재원으로 활용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총 5천81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을 인식했다. 동양생명에서 2천742억원, ABL생명에서 3천68억원이 각각 발생했다.
염가매수차익은 취득한 순자산의 공정가치가 지급한 인수 대가보다 클 때 발생하는 회계상 이익이다.
순이익과 자본을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실제 현금이 들어온 것은 아니어서 다른 계열사의 증자나 주주환원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2026년 2분기 말 13.74%로 상승했지만 여기에는 염가매수차익과 유형자산 재평가, 내부 신용평가모형 변경 효과가 함께 반영됐다.
장부상 자본의 증가를 우리투자증권 증자나 주주환원 등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가용재원의 증가와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보험 계열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지주로 옮기는 데도 제약이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는 보험사가 장부상 이익을 내더라도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보험 계열의 순이익 증가가 곧바로 지주의 배당 재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룹 전체의 수익성도 아직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우리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4년 10.06%에서 2025년 9.57%, 2026년 상반기 9.01%로 낮아졌다. 염가매수차익 등 일회성 이익이 포함됐음에도 늘어난 자본에 상응하는 수익성 개선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편입한 데 따른 조직·전산·상품 통합도 진행형이다.
두 회사의 중복 기능과 비용을 줄이고 은행·증권·보험 간 고객 및 상품 연계를 확대해야 인수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본격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보험 계열사가 없다는 구조적 빈칸을 메우고 은행에 집중됐던 이익 포트폴리오를 분산한다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며 "이제는 두 보험사의 이익 창출력을 안정적으로 높이고 이를 지주의 배당과 다른 계열사의 성장 재원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이번 인수의 최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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