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원 환율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지난 7월 1일 1,551원에 장을 마쳤던 달러-원 환율이 급기야 9월 10일에는 1,349원까지 떨어졌다. 2개월여 만에 200원 이상 급락했다.
달러-원 환율 하락의 가장 큰 배경으로 수출 호조에 기인한 기업들의 달러 공급이 지목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현실화하면서 원화 강세 심리가 한층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분명 달러-원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에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달러-원 환율을 끌어내리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자산을 대표하는 원화 강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경제펀더멘털이 그만큼 강하다는 상징적인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출이 지난 6월 1천20억달러로 역대급 성과를 기록한 데 이어 7월과 8월에도 1천억달러에 육박하는 실적을 거뒀다. 또 8월 무역수지가 348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30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1천910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보다 경상수지 흑자가 컸던 독일과 일본, 대만을 넘어섰다.
원화 강세는 그렇지 않아도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선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까지 상승하면 수입물가 경로를 통해 가계와 기업이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러-원 환율 하락을 마냥 즐기기엔 부담이 없지 않다. 환율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줄었지만,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 하락은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원화의 강세는 수출 전선에서 경쟁국과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의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도 문제다. 3분기 들어 원화는 미국 달러에 15% 가까이 절상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 엔화 5.28%와 호주 달러 3.83%, 유로 2.06% 등과 비교하면 거의 3~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대만 달러는 같은 기간 미국 달러에 대해 0.84% 절상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개됐던 달러-원 환율 상승 국면과 마찬가지로, 시장 관성에 의해 환율 하락이 또 다른 하락을 부르는 구조가 굳어지면 시장을 관리하는 외환당국의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최소한 외환시장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이 굳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급락하자 시장에서도 당국의 움직임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 헤지를 끝내고 달러 매수를 재개하면서 당국의 속도 조절에도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물론 국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달러-원 환율은 위쪽보다 아래쪽으로 흘러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 가격변수는 언제든 기조가 바뀔 수 있고,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도 늘 고려해야 한다.
당국도 궁극적으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 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해외언론으로부터 받았던 '모 아니면 도' 식의 도박판이란 조롱을 외환시장이 이어받을지도 모른다. (뉴스융합실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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