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벤처투자 활성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및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4.30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예상을 깨고 연임에 실패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회장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데 외부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데다 양 회장에게 뚜렷한 경영상 과오가 없었던 상황에서 회추위가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앞세워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부패한 이너서클'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이후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것과 연관지어 양 회장이 본보기 사례가 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양 회장과 이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대상으로 최종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유력한 연임 후보로 꼽혀온 양 회장이 탈락하면서 금융당국 안팎에서도 이번 결과를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양 회장은 KB금융의 양호한 실적과 자본 건전성, 주주환원 확대 등을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현직 회장이 임기 중 뚜렷한 경영 실패 없이 내부 후보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도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KB금융 회추위가 밝힌 교체 명분은 미래 성장과 세대교체였다.
회추위는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 부문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양 회장의 재임 중 성과는 인정하면서도 KB금융의 중장기 성장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종 후보 심층 면접 과정에서 양 회장이 경영 실적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미래 비전과 변화 방향을 제시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이재근 후보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 가능성이있다.
다만 금융권에선 면접 결과만으로 현직 회장의 탈락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과 금융권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였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에서 벗어난 뒤 오히려 소수 인사가 영향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금융권의 '부패한 이너서클'을 지적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장기 집권의 기반으로 삼는 이른바 '참호 구축' 문제를 언급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BNK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둘러싼 의혹을 시작으로 금융지주들에 대한 금감원 검사와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이뤄졌지만 뚜렷한 위법 사항을 포착하지 못했고 관련 제도 개선도 아직 법제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금융권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양 회장의 연임 이슈를 상징적인 사례로 바라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통령이 직접 '부패한 이너서클'을 문제 삼은 상황에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이 현직 회장의 연임을 선택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에서 진옥동 회장으로 교체됐을 때처럼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외부의 의중이나 최근의 지배구조 개선 기류와 무관하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양 회장이 연임에 대한 외부의 부담이 완전히 넘어서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양 회장의 직접적인 관여나 법적 책임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인사 문제에 대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시선이 엄격해진 상황에서 연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을 둘러싼 이 같은 부담과 맞물려 이 부문장의 선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선 이 부문장이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의 신임을 받아온 점이 이번 승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윤 전 회장은 KB국민은행장 재임 시절부터 이 부문장의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회장이 최근 KB금융 고문직에서 당초 예상보다 일찍 물러난 것도 이 부문장의 회장 도전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행보였다는 해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이번 결정을 내린 회추위원 가운데 조화준·여정성·김성용 사외이사는 지난 2023년 양 회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던 회추위에도 참여했다. 3년 전 양 회장을 선택했던 사외이사들이 이번에는 변화와 세대교체를 이유로 이 부문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회추위원들이 당국이 문제 삼아온 금융지주 내 이너서클과 지배구조의 폐쇄성을 의식해 변화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청와대나 금융당국이 KB금융의 회장 선임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KB금융 회추위도 사전에 정한 자격요건과 심층 면접, 최종 투표를 거쳐 독립적으로 후보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회장의 경영 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 실패를 예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외부의 문제의식이 회추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다만 실제 외부 개입이 있었는지, 사외이사들이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기류를 스스로 의식해 변화를 선택한 것인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촬영 배재만]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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