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종 모두 100달러 넘어…해외IB, 고유가 장기화 전망
정부 "최고가격제로 물가 충격 크지 않아"…시장에선 수요측 압력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국제 유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9.11 scape@yna.co.kr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격화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하반기 2%대 물가 사수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정책당국은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경계감을 높이면서도 석유 최고가격제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당장 물가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석유류 이외 품목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도 커진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계부처와 국제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최근 브렌트유·서부텍사스산원유(WTI)·두바이유 등 국제유가 3종 모두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했다.
특히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120달러선을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선을 넘어선 것은 원유 수송 차질 우려에 전쟁 장기화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격침 등 피해도 잇따르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이 비공개로 이란 전쟁이 대통령 임기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오는 등 전쟁 장기화에 대한 전망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미 국제유가 상승 충격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HSBC는 최근 내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20달러 상향한 배럴당 85달러로 제시했고, 골드만삭스도 내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중동 지역의 분쟁이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95~120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인프라에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정책당국도 이런 상황을 반영해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였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1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중동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된 가운데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취약계층·부문의 어려운 고용 여건 등 민생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고가격제로 석유류 물가를 관리하고 있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 충격이 곧바로 소비자물가로 전이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홍기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국제유가 3대 유종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찍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과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서 대외 파트는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지만 석유류는 최고가격제로 묶고 있기 때문에 1차적 충격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2.7%는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6.9.10 pdj6635@yna.co.kr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는 2.7%다.
올해 8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누계비로 2.6%다. 단순 계산으로도 남은 4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2%대 중후반으로 유지돼야 목표 달성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고유가 장기화하면 석유류 이외의 품목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유가는 기업의 생산비용과 운송비, 난방비, 교통비 등 각종 상품·서비스 가격 전반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 최고가격 간 격차가 벌어질수록 정부가 정유사에 보전해야 할 손실 보전 규모도 늘어 재정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금융시장에서는 개인서비스 등 수요 측 물가 압력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문서현·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잔존한다"며 "향후 변수는 경기 및 소득 개선이 내수를 통해 물가로 전이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서비스는 특히 가격 경직성이 높은 만큼 수요 측 압력이 확대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다.
이 가운데 외식과 외식제외 물가 상승률은 각각 2.7%와 4.0%로 집계됐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SK텔레콤의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로 3.1%까지 올라갔지만, 이와 별개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외식제외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4.0%, 전월 대비 0.5% 상승으로 기저효과와 무관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며 "(8월 소비자물가) 수치는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와 '실제 물가 압력 확대'가 뒤섞인 결과로 판단된다"고 했다.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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