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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지정학 분절에도 글로벌 공급망 유지…특정 경로 의존도 낮춰야"

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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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최근 지정학적 분절에도 국가 간 경제적 연계는 동남아시아 등 기존의 공급망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한은은 이러한 구조를 활용하되, 특정 생산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 조사국의 정선영 팀장·전은총 과장·박민재 조사역은 13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먼저 보고서는 미중 갈등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교역은 과거 냉전기와 같은 전면적인 블록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최근의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세계 각국의 대미·대중 관계 변화를 살펴보고 글로벌 경제 연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지 점검했다.

유엔(UN) 총회 표결자료를 이용해 2017년 이후 각국이 지정학 및 지경학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워졌는지 분석한 결과 다수 국가가 지정학에서는 미국에 가까워졌지만, 지경학에서는 국가나 지역별로 다른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지경학적 정렬이 지정학적 정렬과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국의 산업구조와 대외관계, 공급망에서의 위치 등에 따라 서로 다르게 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미중 간 직접교역이 줄어드는 가운데 양측과 연결된 '커넥터 국가(connector countries)'가 생산·조달 네트워크의 중간 거점으로서 글로벌 경제 연계를 이어주고 있다고 짚었다.

커넥터 국가란 미국의 시장, 중국 중심 생산망 모두와 긴밀하게 연결돼 양측을 이어주는 국가를 말한다. 베트남과 인도, 멕시코 등이 예시다.

커넥터 국가들은 지정학 측면에서 미국과 가까워졌지만, 지경학 측면에서는 중국 쪽으로 이동했다.

전통적으로 미중 양국과 높은 경제적 연계를 유지해 온 한국과 일본, 호주는 지정학·지경학 모두에서 미중 사이의 중간 위치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공급망에서도 커넥터 국가를 통한 미중과의 연결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저자들이 2016~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산업연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대베트남 수출로부터 얻은 부가가치 중 최종적으로 미국의 최종수요와 연결된 비중은 2016년 11.1%에서 2022년 18.5%로, 중국의 최종수요와 연결된 비중은 7.3%에서 13.9%로 올라갔다.

또 한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미국 최종수요로 이어지는 경로도 달라졌는데, 한국과 미국 간 직접경로 비중이 유지된 가운데 중국을 경유하는 비중은 하락했고, 아세안(ASEAN) 5국의 비중은 상승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의 미국 직접투자가 늘어나는 동시에 아세안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도 확대돼 최종시장 직접 진출과 커넥터 국가 활용이 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대표 집필자인 정 팀장은 OECD 자료의 문제로 분석 기간을 2022년까지로 잡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의 대미·대중 수출이 늘고 있어 최근까지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이러한 분석에 기반해 보고서는 한국이 아세안 생산망을 활용해 미중 두 시장 모두와의 연결을 유지해 왔으며, 이것이 지정학적 충격 발생 시 생산·수출 경로의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한국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이 원산지 규정이나 우회수출 조사 등 공급망 규제를 강화할 경우 그 여파가 아세안 현지 생산을 거쳐 국내 기업과 중간재 수요에 미칠 리스크가 커졌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한국이 커넥터 국가를 통한 완충 기능을 활용하면서 주요국 정책이나 현지 생산여건 변화, 공급망 충격이 제3국 생산망을 통해 국내로 파급될 가능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정 생산 거점이나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팀장은 글로벌 경제적 연계가 유지됐다고 하더라도 지정학적 분절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비용이 최적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생산 노드 자체가 길어지면서 공급망 충격이 발생했을 때 생산이 멈출 수 있는 리스크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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