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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회장 교체 때마다…KB 이사회 독립적 기질 빛나는 이유

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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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후보 '낙마의 역사' 반복…외풍 역사 영향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KB금융이 이재근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하면서 회장 교체 때마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유력 후보가 아닌 '파격'을 선택한 사외이사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의 독립적인 기질이 유독 회장 교체기 때마다 살아난다고 분석한다. 직전까지 '유력' 딱지를 달았던 후보들이 막판 면접 등 평가를 거치며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일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회추위는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세대교체를 내세웠다.

사상 최대 실적과 현직 프리미엄을 갖춘 양종희 회장의 연임이 우세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기에 금융당국도 예상치 못했던 이례적 결과였다.

회장 후보 추천엔 회추위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추위원 7명 가운데 5명 이상이 이 부문장에게 최고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양 회장 취임 이후에 선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이 부문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사외이사들의 마지막 결정이 금융권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이변의 역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가장 빛났던 때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이른바 'KB사태'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동시에 물러나고 새로운 수장을 뽑을 때다.

당시 회추위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과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을 최종 면접 대상자로 올렸다.

하영구 전 행장은 KB금융 회장 도전에 전념하겠다며 은행장직을 사임하고 온 외부 출신이었다. 그가 1년 반이나 남은 씨티은행장 임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도전장을 내민 데는 본인이 KB금융 차기 회장이 될 거란 자신감과 확신이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씨티은행장을 14년 동안 지내며 체득한 경험과 인맥, 무엇보다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금융권 안팎에선 하 전 행장을 밀어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금융위원회 고위급 인사가 하 전 행장을 차기 KB금융 회장에 내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윤 전 회장의 승리였다. 회추위의 1차 투표에서 윤 전 회장과 하 전 행장은 5대 4로 박빙이었으나, 2차 투표에서 이사 1명이 윤 전 회장 쪽으로 마음을 바꾸며 최종 후보가 정해졌다.

윤 전 회장의 승리 배경엔 당시 이경재 이사회 의장과 김영진 회추위원장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주도적으로 KB금융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이 돼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는 뜻을 다른 이사들에게 피력하며 설득한 것이다.

심지어 당시 이경재 의장은 무릎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김영진 위원장에게 의장 직무대행을 맡긴 상태였지만 최종 1인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의장은 이사진 중 최고령자였고 이사 대부분이 그의 서울대 상대 후배여서 이사회 내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회장의 9년 재임 후 2023년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때엔 최종 후보군에 양종희 당시 부회장과 허인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이 포함됐다.

외부 출신 후보였던 김 회장보다는 양 부회장과 허 부회장의 양자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KB금융 안팎에선 허 부회장의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였던 허 부회장이 여러모로 유력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사외이사 전원이 양 회장을 택했다. 비은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명분이었다.

금융권에선 사외이사들의 이 같은 선택이 출범 이후 오랫동안 외풍에 시달려 온 KB금융의 지배구조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워낙 낙하산으로 내려오려는 시도가 많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항상 회장 교체 가능성 1순위 등으로 거론되다 보니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엄격하게 KB금융 지배구조의 독립·투명성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직 회장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특히 이번 회장 선임 때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 이후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식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 기반으로 지목돼 온 '참호 구축'과 더욱 거리를 뒀다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은 과거 윤종규 회장과 양종희 회장이 최종 후보로 선택됐을 때도 유력하게 거론되던 후보가 아닌 다른 판단을 내렸었다"며 "리딩 금융지주로서 합당한 지배구조를 갖추고자 독립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 윤종규 전 회장과 양종희 회장, 이재근 차기 회장 후보

[출처: KB금융]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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