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4대금융 자본전략④] KB금융, 테크콤뱅크 2.7조 '베팅'…지분 15% 택한 이유

26.09.14.
읽는시간 0

인사말 하는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벤처투자 활성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및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4.30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KB금융지주가 과거 해외 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반복했던 손실과 추가 출자 부담을 피하기 위해 베트남 테크콤뱅크의 경영권 대신 지분 15%를 약 2조7천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 전반을 책임지지 않으면서도 테크콤뱅크 순이익의 일부를 지분법이익으로 반영해 해외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려는 선택으로, 연간 약 2천100억원을 KB금융의 장부상 이익에 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실제 현금배당은 450억원에 그치는 반면 위험가중자산(RWA)은 약 6조7천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테크콤뱅크의 기업가치와 배당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주환원과 생산적 금융 여력만 줄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성장 한계에 해외로…경영권 대신 15% 택한 이유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베트남 테크콤뱅크 지분 15%를 약 2조7천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국내 사업 포트폴리오가 가장 고르게 구성된 곳으로 꼽힌다.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KB증권과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 등이 고르게 이익을 내고 있어 국내에서 추가로 보완할 업종도 사실상 없다.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여력까지 제한적인 만큼 KB금융으로서는 새로운 성장 축을 해외에서 찾아야 하지만, 과거와 같은 경영권 인수 방식에는 부담이 있다.

KB금융은 앞서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정상화 과정에서 손실을 인식하고 자본을 추가로 투입했다.

경영권을 확보하면 현지 은행의 성장뿐 아니라 부실과 정상화 비용까지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경험한 셈이다.

이에 KB금융은 테크콤뱅크의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고 지분 15%를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사회 참여 등을 통해 유의적인 영향력을 인정받아 지분법을 적용받되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부담은 피하는 구조다.

테크콤뱅크가 이미 베트남 상위권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이 같은 선택을 뒷받침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회사를 직접 운영하기보다 기존 경영진의 영업 기반을 활용하면서 순이익의 일부를 KB금융 실적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투자는 국내에서 더 채울 사업 영역이 없는 KB금융이 해외 성장의 필요성과 과거 경영권 인수의 실패 사이에서 택한 절충안이다.

현지 은행의 부실과 추가 출자 위험은 피하면서 성장 이익을 공유하는 대신 경영전략과 배당정책을 직접 결정할 권한도 갖지 못하는 구조다.

◇경영 위험 낮췄지만 현금 450억…자본효율은 과제

소수지분 투자는 경영권 인수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지만 투자 자금의 회수와 자본비율 측면에서는 별도의 부담을 남긴다.

KB금융이 테크콤뱅크 지분 15%를 확보해 이사회 참여 등으로 유의적 영향력을 인정받으면, 테크콤뱅크의 지난해 실적 기준 연간 약 2천100억원을 지분법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의적 영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이 지분법이익은 인식되지 않고,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는 배당 약 450억원만 이익으로 잡히는데, 이는 지분법이 적용될 경우 인식할 지분법이익의 21% 수준이다.

인수 금액 2조7천억원과 비교한 연간 현금배당 수익률은 약 1.7%다.

배당되지 않은 이익은 테크콤뱅크의 성장 재원으로 남아 장기적으로 지분 가치에 반영될 수 있지만, KB금융이 당장 주주환원이나 다른 투자에 활용할 수는 없다.

더욱이 지분 15%만 보유한 KB금융은 테크콤뱅크의 배당 확대를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경영권 인수에 따른 책임을 줄인 대신 투자 자금의 회수 시기와 규모도 현지 은행의 경영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장부상 이익과 실제 현금 유입의 격차에 더해 RWA 증가도 부담이다.

다른 금융회사 지분에 25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2조7천억원의 투자는 약 6조7천500억원의 RWA 증가로 이어진다.

KB금융의 올해 6월 말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74%, RWA는 369조8천억원이다.

현재 자본 여력은 비교적 충분하지만 6조7천500억원의 RWA 증가는 주주환원과 신규 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본을 선제적으로 소진하는 요인이다.

특히 KB금융은 CET1비율에 연동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결정하고 있다.

테크콤뱅크에서 받는 현금배당은 연간 450억원에 그치는 반면 지분 취득에 따른 자본 부담은 즉시 반영되는 만큼 투자 초기에는 수익보다 기회비용이 먼저 나타나는 구조다.

해외 금융회사 지분에 배치한 자본은 기업대출 등 국내 생산 부문에 동시에 투입할 수 없다.

경영권 대신 지분 15%를 선택해 운영 위험은 낮췄지만, 그 대가로 2조7천억원의 회수에 필요한 현금흐름과 의사결정 권한도 제한된 셈이다.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재근 부문장이 그룹의 글로벌 사업을 담당해왔다는 점에서도 테크콤뱅크 투자는 향후 경영 성과를 가를 주요 과제로 꼽힌다.

경영권 인수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지 사업 협력과 배당 확대, 지분 가치 상승을 끌어내 2조7천억원의 자본 배분을 정당화해야 하는 과제가 차기 경영진에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은 국내 포트폴리오에 더 채울 빈칸이 많지 않아 해외에서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하지만 과거처럼 현지 은행의 경영 정상화까지 책임지는 방식에는 부담이 있다"며 "테크콤뱅크 지분 15% 투자는 경영 위험을 낮춘 선택이지만 2조7천억원의 자본을 투입하는 만큼 지분법이익을 넘어 실제 배당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자본효율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윤슬기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