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서학개미(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개인)가 이달 들어 레버리지 상품을 팔고 현금성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5%대를 넘어서고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자, 만기 3개월 이하 국채 상품에 자금을 대기시킨 채 시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아이셰어즈 0~3개월 국채 ETF(SGOV)'다.
해당 상품의 순매수액은 약 1억3천700만달러(1천840억원)로, 알파벳(1억1천600만달러)과 아이온큐(1억1천만달러)보다 많다.
SGOV는 잔존 만기 3개월 이하 미국 국채만 담는 상품인데, 가격 변동성이 낮아 통상 투자자들이 대기 자금을 잠시 넣어두는 용도로 쓰인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전체로 보면 국내 투자자는 1억3천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6월(6억3천만달러)과 7월(46억4천만달러), 8월(19억6천만달러) 석 달 연속 순매수세를 보인 서학개미가 넉달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가장 많이 팔아치운 상품은 그동안 서학개미들의 주된 투자종목이었던 '속슬(SOXL·3배 반도체 지수 레버리지 ETF)'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매도액 규모가 약 18억5천만달러에 달한다. 매도액이 두번쨰로 큰 마이크론(2억2천만달러)보다 8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SGOV는 만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초단기 미국 국채를 담고 있어 부도 위험은 거의 없다"며 "달러를 보유하면서 최근 커진 자산시장 변동성을 줄이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때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2022년 고금리 구간에 들어갔을 때도 개인들이 단기 유형 ETF를 많이 샀고, 장기채 ETF도 많이 매수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학개미가 마주한 매크로 불확실성은 금리와 유가, 환율 면에서 동시에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장중 5.354%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준이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현재 연 3.50∼3.75%)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은 하루 만에 72.4%에서 86.3%로 뛰었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은 지난 7일 장중 1,330원대까지 밀리며 1년 11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주가를 두고는 추가 상승 기대와 고금리 부담이 맞서고, 달러 자산은 원화 강세로 환차손 위험까지 안게 됐다.
주식도 장기채도 방향을 잡기 어려워져 서학개미는 초단기 국채 ETF에 자금을 세워뒀다. 다만 초단기 국채 ETF도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원은 "상품 자체의 변동성은 굉장히 낮지만 포지션을 보유하는 동안 환율 영향을 받아 수익률이 좌우될 수 있다"며 환율 변동을 가장 유의할 점으로 꼽았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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