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삼성 돈으로 만드는데, 이름은 왜 미래인지…"
최근 삼성 금융계열사 임직원은 주변 사람들에 농반진반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신설 기금인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법인세 등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법인세 납부액은 11조2천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7조원 늘었다. 이는 반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정부는 반도체 추가세수를 인공지능(AI)과 미래 성장산업 등에 투입한단 계획이다.
그동안 기획예산처는 '더 벌면 더 쓰고, 덜 벌면 덜 쓰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용해 왔다. 이 때문에 반도체의 업황에 따라 나라 살림도 크게 출렁였다. 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만든 게 미래대응기금이다. 호황기 늘어난 세수를 쌓아뒀다가 불황기와 미래 수요에 대비한다는 목적이다. 이름 그대로 미래에 대응하려고 만든 기금인 것이다.
기금의 여유자금은 10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정부는 민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여유재원의 목표 수익률로 국채 수익률 이상을 제시했다.
그러기 위해선 여유자금을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만 넣어둘 수 없다. 자금을 외부에 위탁해 주식과 채권 등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남의 돈을 대신 굴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OCIO 업자들이 조용히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다.
OCIO란 쌓여가는 여유자금을 직접 굴릴 여력이 안 되는 연기금·국가기관·법인 등이 외부 투자전문가인 증권사나 운용사에게 권한을 주고 대신 굴리게끔 하는 제도다.
수주 가뭄 속이었던 OCIO 시장에 대형 먹거리가 예고되면서 증권·운용업계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현재 예산처가 우선 검토하는 방안은 기존 연기금투자풀과 별도로 전담 운용기관을 선정하는 것이다. 다만 연기금투자풀에 미래대응기금 전용 계정을 두거나, 단기자금은 투자풀에 맡기고 중장기 자금에 한해 전담 기관에 맡기는 방안도 선택지 중 하나다.
현재 연기금투자풀의 주간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예산처가 어떤 방식을 택하든 두 회사는 유력 후보이자 서로의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과 미래에셋은 자산운용뿐 아니라 증권업에서도 오래 맞붙어온 경쟁자다.
미래에셋의 담당 직원들은 벌써 미래대응기금을 '미래기금'으로 줄여 부른다고 한다.
삼성 맨들은 이런 말장난 하나도 흘려듣기 어렵다. 미래대응기금을 놓고 무려 '100조원'이 걸린 대결을 해야 해서다.
어느 삼성 맨은 "삼성전자가 낸 세금이 기금 조성에 기여했는데 이름은 경쟁사를 연상시킨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운용기관 선정 전부터 양대 운용사의 신경전이 시작되면서 향후 업계 경쟁 구도가 주목된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공공자금을 운용하는 사업인 만큼 기대감이 상당하다"며 "그간 관망하거나 잠복 중이던 운용사와 증권사들도 뛰어들 만한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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