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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중앙은행 준비자산, 탈달러화 아닌 '달러 체제 내 다각화'"

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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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비중뿐 아니라 상품·만기·활용 가능성 등 점검해야"

경제연구원 발간 '지정학적 분절화와 글로벌 준비자산의 재편'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지정학적 위험 확대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재편 흐름이 '탈달러화'가 아닌 '달러 중심 체제 내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규정된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제시됐다.

한은은 명목 통화 비중만으로는 준비자산의 실제 위기 대응 능력과 지정학적 위험 노출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상품과 만기 구조 등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의 이찬호 부연구위원과 심혜진 조사역은 BOK 경제연구 인사이트 '지정학적 분절화와 글로벌 준비자산의 재편'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은행

◇ 금융제재 위험 부각…"유동성 좋아도 못 쓸 수 있다"

먼저 보고서는 2022년 서방의 러시아 외환보유액 동결 조치를 계기로 준비자산 운용에서 금융제재와 자산동결 위험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신용도와 유동성이 양호한 자산이라도 제재 상황에서는 실제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주요 준비통화국 국채의 경우 유동성이 높은 대신 발행국의 제재 권한에 노출되고, 금은 제재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대신 유동성이 낮다는 점에서 두 자산 사이에 상충관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준비자산에서는 금 보유 확대와 통화 다각화 등 특정 통화나 발행국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는 방향의 구성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해외 연구는 주요 준비통화 발행국의 금융제재에 노출된 국가일수록 금 비중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지정학적 위험 충격 이후 금 보유 비중과 보유 물량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엔(UN)총회 투표 정렬도가 낮은, 다시 말해 정치적으로 먼 국가일수록 증가폭이 더 컸다.

다만 금의 실제 활용 가능성은 보유량뿐 아니라 보관·수탁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해외 보관은 국제시장 접근성과 거래·담보 활용에 유리하지만 수탁기관과 법적 관할권의 영향을 받고, 자국 내 보관은 물리적 통제력은 높지만 국제거래를 위한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세계금협의회(WGC)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중앙은행의 57%가 영란은행(BOE)을 금 보관처로 이용한다고 답했으며, 최근 1년 사이 국내 보관을 늘렸다는 응답(9%)과 해외 보관처를 다변화했다는 응답(10%)이 전년보다 늘었다.

준비자산 중 통화 구성에서도 달러 비중 감소분은 위안화 등 특정 대체통화로 집중되기보다 호주달러와 캐나다달러 등 여러 비전통 준비통화로 분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달러 비중 감소분 가운데 약 4분의 1만 위안화로 이동했고, 나머지 4분의 3은 기타 비전통 준비통화로 이동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최근의 통화 다각화가 새로운 단일 준비통화로의 대체보다는 특정 발행국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는 포트폴리오 분산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한국은행

◇ "준비자산 다각화, 달러 국제통화 기능 약화 의미 아냐"

보고서는 준비자산 구성이 다각화되더라도 달러의 국제통화 및 위기 대응 기능까지 동일하게 약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달러 준비자산은 미국의 통화긴축 충격에 따른 환율 절하 압력을 상당 부분 완화했지만, 비달러 준비자산은 이런 완화 효과가 작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의 국제유동성 기능과 미 국채, 특히 중장기물의 안전자산·헤지 기능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해외 연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의 편의수익(convenience yield)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미 국채의 편의수익은 크게 하락했으며, 특히 중장기 만기에서 낙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연구는 지난해 4월 관세정책 충격 이후 장기 미 국채의 편의수익과 주식시장 헤지 기능이 약화된 반면, 단기 미 국채는 안전자산으로서의 헤지 기능을 상대적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외 연구는 2022년 러시아 제재 이후 제재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 국가일수록 장기 미 국채보다 단기 미 국채 보유를 상대적으로 확대했다는 실증 결과도 내놨다.

다만 보고서는 해당 연구가 해외 공적부문과 민간부문 보유를 구분하지 않은 만큼 중앙은행 준비자산의 만기 조정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 준비자산 재편, 글로벌 금융여건에도 영향

보고서는 준비자산 재편이 각국의 대외충격 대응능력뿐 아니라 미 국채 수요와 미국 금리, 나아가 글로벌 금융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달러 준비자산이 많은 국가일수록 미국 통화긴축 충격 이후 통화가치 하락폭이 작았으며, 이런 효과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스와프·레포라인이 없는 국가와 대외 달러부채가 많은 국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해외 공적부문의 장기 미 국채 수요가 줄고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여건이 긴축될 경우, 신흥국에서는 역설적으로 위기 대응을 위한 달러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준비자산의 적정성을 평가할 때 전체 규모나 명목 통화 비중뿐 아니라 상품·만기 구조, 보관·수탁 및 법적 관할권, 환헤지 후 순통화노출, 위기 시 실제 활용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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