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개회를 기다리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9.3 hkmpooh@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취임 1주년은 유난히 조용했다. 별도의 기념행사도, 지난 1년의 성과를 알리는 메시지도 없었다.
금융위 내부에서 새내기 공무원들과 만난 일정 정도가 있었지만,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취임 1년을 부각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간담회를 통한 메시지도, 굵직한 행사도 모두 건너 뛰었다. 1주년을 계기로 그간의 성과를 부각하는 통상의 행보와는 정반대였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은 것이야 말로 이 위원장의 1주년 메시지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여전히 고민할 문제들도,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들도 많다는 의미다.
우선 당장 내달로 다가온 국정감사는 금융위에 가장 큰 부담이다.
올해 국감에서 금융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사태를 비롯해 자본시장과 가계부채, 부동산 금융 등 만만치 않은 현안을 안고 있다. 특히, 레버리지 사태는 상품 도입과 판매, 투자자 보호, 시장 관리에 이르기까지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 제기가 불가피한 사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금융당국을 향한 질문이 집중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은 지난 1년의 성과를 자축하기보다 향후 튀어나올 돌발 질문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 가깝다.
연말을 전후해 추가 개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침묵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개각의 시기와 폭은 아직 유동적이다. 금융위원장이 실제 개각 대상에 포함될 지도 미지수다. 다만 관가에서는 경제·금융 라인을 포함한 인사 가능성이 계속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직접 나서 취임 1주년을 부각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성과를 강조하면 연임 의지로, 향후 정책 구상을 길게 내놓으면 거취에 대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어서다.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다.
금융위의 지방 이전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몸을 낮추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금융위는 지난 3일 발표된 2차 중앙행정기관 우선 이전 대상에서 일단 빠졌지만, 추가 지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세종행 1순위'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그간의 성과를 부각해 이목을 끌 필요는 없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평가다.
그래서 금융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로키(low-key) 행보'가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새내기 공무원들과의 만남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부담 없는 선택이었다. 이미 예정된 내부 소통 일정의 성격이 강한 데다, 조직의 젊은 구성원을 만나는 모습은 청년층의 목소리와 정책 참여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돌이켜보면 이 위원장 체제에서의 금융위가 보낸 지난 1년은 굵직한 성과도 많았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생산적 금융,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위가 손대 성과를 낸 정책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은 이를 한데 묶어 '취임 1년 성과'로 내세우지 않았다.
이 위원장에게 이번 1주년은 성적표를 받아보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공교롭게도 다음 시험을 바로 앞둔 시점이 됐다.
당장은 국감이 문제다.
레버리지 사태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 금융당국의 판단과 책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할지가 관건이다. 그 다음에는 연말 인사라는 변수도 기다린다.
그래서 이 위원장의 취임 1주년에는 꽃다발도, 자축도, 거창한 포부도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금융위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1년을 돌아보는 스포트라이트보다 앞으로 몇 달을 무사히 건너는 로키 행보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금융위의 한 해를 이끈 수장의 1주년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증권부 정원 기자)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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