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때아닌 국내 증권업 인가 논쟁에 휩싸였습니다. 국내 라이선스가 없는 역외 금융기관의 한국물 주관 업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이탈이 재점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나는 실정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한국물 시장 내 국내 라이선스를 둘러싼 이해관계와 구조적 변곡점을 4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역외 금융기관을 바라보는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활용해 외화 조달 라인을 다변화하던 흐름이었으나 차츰 한국물 업무에 대해서도 국내 증권업 인가 여부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부상하면서다.
발단이 된 건 재정경제부의 새 방침이다. 재경부가 역외IB의 한국물 주관을 두고 달라진 기류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물은 발행사에 대한 영업은 국내에서, 투자자에 대한 판매는 해외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내 증권업 라이선스 규제를 둘러싼 목소리가 분분한 영역이다.
인가·미인가 하우스를 가를 형평성을 강조하는 의견과, 외화 조달의 다양성 위축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재경부로 향하고 있다.
◇한국 영업은 국내 틀 안에서…형평성 부상
16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최근 달러·유로화 채권 주관사에 대해 국내 증권업 인가 여부를 살피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시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기업들이 한국물 발행에 앞서 재경부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에 역외금융기관을 주관사로 선정할 경우 그 사유를 기재하도록 하는 항목이 더해지면서다.
재경부는 발행사에 한국물 북빌딩(수요예측) 날짜인 윈도우를 부여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기류가 시장 참가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동안 한국물 시장에서는 국내에서 증권업 인가를 받은 하우스는 물론, 역외에 코리아 데스크를 두고 활동하는 곳들도 상당했다.
최근 한국물 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새롭게 담당 인력을 뽑고 진입에 나서는 하우스도 속속 더해지고 있었다.
재경부가 달러화와 유로화 채권 발행 주관 업무를 국내에서 증권업 인가를 받은 하우스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기류를 드러내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재경부는 외화채 역시 주관 계약이 한국에서 이뤄지는 만큼 국내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A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 라이선스를 받은 외국계 증권사들의 경우 우리 규정 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주요 업무가 해외에서 이뤄지더라도 국내 발행사에 대한 영업이 가장 앞단에 놓인 만큼 국내 인가 여부를 간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 인가를 위해서는 국내에 상당한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점도 라이선스 증권사에 힘을 싣는 요소다.
필수 인력 채용부터 각종 규제 적용 등 국내 증권업 인가 유지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재원이 상당한 만큼 미인가 하우스의 활동은 도리어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B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 라이선스를 위해서는 최소 인력 유지부터 규제 대응까지 상당한 금액이 투입되는데 이를 지키는 하우스와 그렇지 않은 곳이 동일선상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해외 판매에 국내 규제 맹점…조달라인 위축 부작용도
반면 갑작스레 발생한 규제 리스크로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C 업계 관계자는 "형평성의 경우 역내와 역외 IB 간의 이슈인 반면 이로 인해 시장 전반의 외화 조달 활용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외화채는 세일즈가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내 라이선스의 제한을 받을 영역인지에 대한 의견도 나뉘는 실정이다.
증권업 인가 등 금융감독 체계의 목적은 투자자 보호에 있다.
반면 한국물은 세일즈 자체가 해외에서 이뤄지는 데다 한국물은 국내 배정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터라 투자자 보호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더욱이 국제금융·외환 정책을 관장하는 재경부가 증권업 인가를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역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물 발행량 증가 기류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이러한 조치로 인한 부작용 우려를 높이는 요소다.
한국물 시장이 매년 역대급 발행량을 경신 중인 가운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다양한 지역에 기반을 둔 글로벌IB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D 업계 관계자는 "각 지역에 강점을 가진 다양한 글로벌 IB를 활용해 투자 기반과 조달처를 넓히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역외IB 제약은 결국 국내 기업들의 외화 조달 서비스가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IB는 국내 기업에 공모 주관 업무는 물론 사모채와 외화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조달을 뒷받침해 왔다.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고조됐을 당시 다양한 역내외IB들이 외화 대출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유동성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외화 조달에 미치는 기여도가 상당했던 만큼 증권업 인가를 받은 24개 하우스(올 상반기 기준)로만 사업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결국 시장 참여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순위'(화면번호 4431)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모 한국물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린 하우스는 총 41곳으로, 국내 기관을 제외한 해외 금융기관은 32곳이었다.
이중 국내 증권업 라이선스를 가지고 한국물 업무를 하는 외국계 하우스는 18곳 정도로, 현재 활동 중인 글로벌IB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당국이 발행사의 외화 주관 업무에 제한을 두는 상황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도리어 금융 장벽을 높인 게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E 업계 관계자는 "자국 기업의 외화채 발행에 당국이 개입하는 곳은 한국과 중국, 베트남 세 곳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중국과 베트남은 한도 측면에서만 제약을 가한다는 점에서 최근 우리 당국의 스탠스가 글로벌 표준과는 매우 차이를 보이는 듯하다"고 했다.
2025년 연합인포맥스 공/사모 KP 리그테이블(단위 : 백만, %)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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