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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국채 공식③] 美·日보다 재정 낫다는데…국고채 차별화 못해

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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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과 일본의 정부부채 문제가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한국 국고채는 다르게 움직일 수 있을까.

적어도 최근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국의 정부부채 부담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보다 작지만 올해 들어 국고채와 미 국채 금리의 동조화는 오히려 강해졌다. 재정건전성의 차이가 국고채 가격의 뚜렷한 차별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이 아직 미국이나 일본처럼 재정 위험을 이유로 추가적인 텀프리미엄을 요구받을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다만 비기축통화국이라는 한계와 글로벌 금리와의 높은 연동성, 국고채와 공공부문 채권의 공급 부담 등이 재정건전성의 강점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재정은 나은데…돌아온 美 금리 동조화

16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정부 부채(D2)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올해 54.4%로 예상된다.

IMF 선진국 평균 108.2%의 절반 수준이다. 유로존은 87.8%, 주요 20개국(G20)은 118.9%다.

이자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 올해 GDP 대비 일반정부 이자지출 전망치는 우리나라가 1.34%로 미국 4.73%, 영국 3.33%, 프랑스 2.44%보다 낮다. 일본은 1.71%, 독일은 1.17%다.

재정 숫자만 보면 글로벌 국채시장에서 국가부채에 대한 경계가 높아질수록 한국 국고채가 상대적인 강점을 가질 만한 조건이다.

하지만 실제 가격 움직임은 다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여러 부채비율을 보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편이고 GDP가 늘어나면서 부채비율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전날 국고채 금리를 보면 주요국 대비 금리가 많이 올라 재정건전성이 높다는 것이 큰 의미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나타났던 미국 금리와의 차별화가 올해 들어 약해졌다.

윤 연구원은 "작년까지 미국 금리와의 디커플링이 상당히 심했지만 올해는 상관관계를 완벽하게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재정 문제 때문에 텀프리미엄이 크게 높아지는 위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이 예정돼 있고 공사채와 공공채권 등의 수급 부담도 높다"며 "글로벌 금리에 대한 연동과 그에 따른 취약성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 낮은 부채만으로 부족…비기축통화국의 한계

문제는 정부부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 곧바로 국고채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 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비기축통화국이다.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의 높은 부채비율과 한국의 부채비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부터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낮다고 하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D1)만 놓고 본 이야기"라면서 "일반정부 부채(D2)로 보면 50%를 웃돌고 우리는 비기축통화국"이라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나마 한국은 세입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서도 "선진국은 기축통화국인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선상에서 채무비율을 비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교 대상을 좁히면 한국의 재정상 우위도 크게 줄어든다.

IMF 전망치를 토대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을 비교한 결과 올해 한국의 D2 비율 54.4%는 이들 국가 평균 54.7%와 비슷하다. 내년에는 한국이 56.6%로 이들 국가 평균 55.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중기적으로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 재정모니터에서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2031년 6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한국과 벨기에를 선진국 가운데 향후 부채비율이 상당폭 상승하는 국가로 지목했다.

결국 현재의 낮은 부채비율보다 앞으로의 재정 경로가 국고채 가격에는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추가 세수를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는 등 재정을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면 GDP를 키워 국가채무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최근 "국가채무는 결국 분모인 GDP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 브리핑하는 박홍근 기획처 장관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조용범 차관. 2026.9.1 utzza@yna.co.kr

안 교수는 재정을 미래 산업에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높일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세수 증가분 일부를 부채 상환에 활용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아무리 길게 가도 5년 이상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일부는 부채를 갚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도 "수입이 있는 것과 빚을 탕감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하게 채권 자체의 안전자산 지위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맞고, 한국은 수입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 위안"이라고 말했다.

◇평소엔 안 보여도…위기 때 드러날 '재정의 힘'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 여건이 국고채 가격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가 함께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차별화 요인이 되기 어렵지만, 경기 충격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윤 연구원은 "오히려 미국 주도의 하드랜딩(경착륙)이 나타났을 때 우리나라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면서 우위를 보이는 모습이 관측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위험선호가 무너지는 국면에서 안전자산이 부각되면 주요국 채권 가운데 한국의 매력도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그것이 경착륙의 '첫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평상시 글로벌 금리와 함께 움직일 때는 잘 드러나지 않던 재정건전성의 가치가 위험회피 국면에서는 국고채의 상대적인 강세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한국 국고채가 글로벌 국채시장의 변화에서 완전히 비켜서기는 어렵다. 상대적으로 낮은 정부부채에도 글로벌 금리와의 높은 연동성과 비기축통화국이라는 특성, 향후 국채와 공공부문 채권 공급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국의 정부부채가 국채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대라면 한국의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 여건이 언제, 어떤 국면에서 국고채 가격의 차별화 요인으로 작동할지는 이전보다 중요해질 수 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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