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흔들리는 국채 공식②] AI가 美부채 구할까…왜 금리는 안 내려가나

26.09.16.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인공지능(AI)이 미국 경제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막대한 정부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성장에서 해법을 찾고 있지만 채권시장의 반응은 녹록지 않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불어난 상황에서 시장이 과거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정부부채를 국채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1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간밤 뉴욕거래에서 전장대비 1.20bp 오른 5.0020%에 마쳤다. 한때 5.04%를 넘어서며 1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높은 물가와 정책금리 인상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장기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8%에 달하고, 정부 내부 보유분을 제외한 미 연방정부 부채가 GDP의 101%에서 2036년 1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순이자지출도 같은 기간 GDP의 3.3%에서 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0년물 미국채 금리 추이

◇ 5% 돌파한 미국채 10년물…"단순한 인플레 문제 아냐"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한 것은 굉장한 변곡점으로, 단순히 인플레이션 문제만으로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기축통화를 비롯해 국채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면서 국가부채를 채권가격에 프라이스 인(price in)하지 않았다"면서 "이제 텀프리미엄을 왜 더 줘야 하느냐가 핵심인데, 그중 하나가 국가부채를 채권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CBO 역시 올해부터 정부부채 증가가 장기금리의 텀프리미엄을 높이는 효과를 전망에 명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CBO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025년 4분기 4.1%에서 2027년 4분기 4.3%로 높아지는 데 텀프리미엄 상승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안 교수는 미국처럼 기축통화국조차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국가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주목했다.

국채금리 상승으로 차환 비용이 커지고, 이자비용 증가가 다시 재정 부담을 확대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경고음(wake-up call)"이라고 표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와 다른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3% 수준의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지출을 억제하면 부채 부담을 성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AI 혁신과 제조업 리쇼어링 등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높은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다.

최근 장기금리 상승에 대해서도 베선트 장관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진 결과라기보다 미국의 성장 전망이 강해진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는 국채금리 상승세에 대해 "글로벌 이슈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취임전 비슷한 논리를 폈다.

워시 의장은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물가 압력을 낮춰 금리 인하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최근에는 AI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지와 그 시점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과 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 생산성 오르면 금리 내릴까…엇갈리는 AI의 경로

CBO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약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2026년 이후 장·단기 금리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부채 증가뿐 아니라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자본수익률과 투자수요를 높이는 것 자체가 실질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AI가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면 기업의 자본수요가 늘고 미래 소득 증가를 기대한 가계의 저축은 감소할 수 있어 실질중립금리(r*)에 상승 압력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바 이사는 생산성 전망을 이유로 자신의 장기 r* 추정치를 이미 소폭 높였다고 밝혔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5월 1990년대 생산성 혁명과 현재의 AI 붐을 비교하면서 한발 더 나갔다.

시카고 연은 모형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생산성 증가율 1%포인트 상승은 금리를 약 75bp 낮추는 요인이 됐지만, 똑같은 생산성 향상을 경제주체가 미리 예상할 경우 오히려 금리를 약 50bp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더 부유해질 것으로 예상한 가계가 소비를 앞당기고 기업도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미래의 경제활동을 현재로 끌어오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베선트 장관의 성장론과 관련해 "지난해 연방기금금리를 175bp나 낮췄는데도 미국의 이자비용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낮추고 단기채 발행을 통해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둠 루프(doom loop)'가 나타났다"면서 "정부부채 비율이 120%를 넘는 나라가 근본적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베선트 장관의 말이 시장에서 먹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AI 성장론에 대해서는 "일리는 있다"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AI나 반도체는 일시적 충격일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 충격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중국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했던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지금의 금리가 새로운 뉴노멀로 나온 것은 아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같은 저인플레이션·저금리 시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그다음에는 바로 국가부채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AI가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높여 부채비율의 분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과 국채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AI발 생산성 혁명이 궁극적으로 금리를 낮출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생산성 향상에 따른 물가 안정과 재정 개선이 우세할 수도 있지만 투자 수요 증가와 실질중립금리 상승이 이를 상쇄할 수도 있다.

결국 AI가 미국의 부채 문제를 얼마나 덜어줄지뿐 아니라 생산성 혁명이 금리의 구조적 수준을 어디로 움직일지가 미 국채의 새로운 공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smjeong@yna.co.kr

정선미

정선미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