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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국채 공식①] '안전자산' 국채 다시 보는 글로벌 큰손

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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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채가 주식의 손실을 완충하는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재정 부담으로 장기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과 채권 가격이 함께 하락하는 현상이 잦아진 영향이다.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은 국채의 역할을 다시 평가하고 국가와 만기 및 자산별 비중을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 5월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연기금 세미나에서 공급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채권만으로 포트폴리오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기존 주식 60%, 채권 40% 체계로는 분산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취지로, 금과 원자재, 헤지펀드 전략 등을 함께 활용해 분산투자 효과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래는 주식 가격이 하락할 때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줄여주는 것이 전통적인 자산 배분의 기본 전제였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상관관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할 수 있다.

실제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가파른 금리 인상에 나선 지난 2022년에는 글로벌 주식과 채권이 동반 약세를 나타내면서 '주식 60%, 채권 40%' 포트폴리오의 취약성이 부각된 바 있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분절화와 주요국의 확장적인 재정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국채의 위험 완충 기능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KIC가 서울 본사에서 개최한 해외투자협의회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높아진 만큼, 전통적인 분산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사한 논의는 글로벌 큰손들을 중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글로벌(GPFG)의 운용기관인 노르웨이은행 투자관리청(NBIM)도 최근 채권 벤치마크를 대폭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채권 벤치마크에서 70%를 차지하는 정부채 비중을 50%로 낮추고 회사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비정부채 비중을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주식 70%, 채권 30%인 전략적 자산배분은 유지하되, 채권 포트폴리오 안에서 국채에 집중된 구성을 여러 채권 자산으로 다변화하려는 것이다.

개편안이 반영되면 단일 채권 보유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미국 국채의 비중도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 국채에 편중된 채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에 가까운 셈이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자국 금리의 정상화를 계기로 해외로 빠져나갔던 기관 자금의 국내 회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 공적연금(GPIF)을 포함한 기관투자자의 국내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국 채권의 투자 매력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GPIF의 기본 포트폴리오는 일본 채권과 주식, 해외채권과 주식을 각각 25%씩 담는 구조다.

GPIF가 일본채권을 비롯한 국내 자산 비중을 늘릴 경우 그만큼 해외 자산에 배분되는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일본 기관투자자는 미국 국채를 비롯한 글로벌 채권시장의 주요 투자자라는 점에서 실제 자금 이동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글로벌 핵심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바라보는 시각에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며 "글로벌 연기금들도 미국 국채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국가의 국채를 비롯한 여러 채권 자산으로 투자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글로벌 큰손들의 움직임은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사라졌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재정 부담이 커진 환경에서 장기채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를 보완할 새로운 자산배분 구조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가깝다.

한 연기금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에서는 국채의 가격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국채가 이전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채를 줄이고 단기채를 늘려 캐리(이자) 수익을 확보하는 한편, 자산을 다변화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 (PG)

[제작 정연주, 이태호]일러스트

jhson1@yna.co.kr

손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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