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고 올라서 많은 이들에게 공포를 (어떤 이들에게는 행복감을) 주던 달러/원 환율이 지난 6월 말을 기점으로 방향을 바꿔 이제는 바닥 모르고 빠지면서 또 다른 공포와 행복감을 주고 있다. 환율이 방향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많은 분석과 발표를 하였기에 필자가 한 마디 더 보태는 것은 백사장에 모래 한 알을 더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FX스와프 시장의 움직임과 연관된 분석은 보지 못하였기에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원화를 이용해 외화를 획득하는 방법은 첫째, 원화를 팔고 외화를 사는 방법과 둘째, 원화를 담보로 외화를 빌리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일종의 'Collateral Loan'인데 두 당사자가 서로 필요한 통화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무역이나 투자에 이용되었고, 이것이 하나의 상품으로 발전한 게 FX스와프와 '통화스와프(Cross Currency Swap)'다.
FX스와프의 가격은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원화 이자율, 달러 이자율, 그리고 어떤 통화를 얼마나 더 선호하느냐를 반영하는 베이시스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원화보다 달러를 가지기를 선호하므로, 달러를 먼저 소유하고 나중에 상환하는 쪽에서는 소유한 달러의 이자율에 베이시스만큼 더한 금리를 지급하는 가격으로 거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환율이 1400원이고 달러 1년 금리가 5%, 원화 1년 금리가 4%라고 할 때 두 통화의 금리차만 반영한 1년 FX스와프는 '1400*(1+4%*actual/365)/(1+5%*actual/360)-1400' = 약 -14.25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대부분 -14.25원보다 낮은데, 이는 첫 번째로 달러 조달비용이 달러 1년 SOFR보다 높은 경우가 많고 두 번째로 원화보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먼저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원화를 이용하여 달러를 구하는 방법은 첫째, 달러를 직접 사는 방법과 둘째, 달러와 원화를 스와프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가격이 환율, 두 번째의 가격이 베이시스라고 할 수 있는데,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첫 번째와 두 번째 가격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때로는 둘 사이에 인과관계도 있다.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 한국금융기관들은 달러를 구하기 위해 하루짜리 오버나이트 FX스와프를 가격도 가리지 않고 '바이앤쎌(Buy&Sell)', 즉 오늘 날짜로 달러 사고, 내일 날짜로 달러를 파는 거래를 했다. 하루짜리 FX 스와프포인트가 5원에 이르기도 했는데, 이를 금리로 계산하면 연이율 200%에 육박했으므로, 이때의 베이시스는 -200%였다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2008년 금융위기이다. 당시 한 달 FX스와프가 -20원에 거래되었는데, 약 30%의 베이시스였다. 이렇게 극단적인 베이시스는 극심한 달러 유동성 가뭄의 이면이었고, 이는 결국 환율 폭등과 강한 상관관계, 심지어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었다.
그럼 베이시스가 양(+, 플러스)일 때, 즉 FX스와프의 내재금리가 원화 금리보다 높을 때 (혹은, 원화를 달러로 스와프하면 달러 SOFR보다 낮은 금리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때)도 있었을까? 필자의 기억에 떠오르는 건 두 번이다. 한 번은 2003년 후반기부터 2004년 상반기인데, 당시는 경상수지 흑자와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금으로 달러 유동성이 넘치던 상황이었다. 당시 1개월 베이시스가 2%를 넘기도 하였는데, 그 이후 주지하다시피 달러-원 환율은 장기간 하락하였다.
그리고, 그때만큼 큰 폭은 아니지만 최근의 FX스와프 가격이 플러스 베이시스를 보인다. 지난 6월 말 1개월 FX스와프는 플러스에 거래되기도 하였는데, 원화와 달러의 한 달 금리차가 1%였으니 6월 말 1개월 베이시스는 1%가 넘는 수준이었다. 즉 원화를 이용해 FX스와프를 하면 달러를 SOFR-100bp 이하에 조달할 수 있었고, 달러로 원화를 조달하는 비용은 1개월 KOFR+100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당시 달러를 구하는 또 다른 가격인 환율은 1천550원 근방에서 고공행진 중이었다. 다시 말해, 원화를 이용하여 달러를 구하는 두 가지 가격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베이시스가 환율을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도, 가장 중요한 변수도 아니다. 하지만, 원화를 이용해 달러를 구하는 두 시장의 가격이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일 때는 추세반전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플러스 베이시스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어 FX시장에서 달러의 풍부함과 원화의 희소함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나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외화를 조달한 후 FX스와프를 통해 외화를 원화로 바꾼 후 이를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음(-, 마이너스) 베이시스가 달러를 보유한 이들에게 원화를 시장금리보다 낮게 조달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투자는 일종의 차익거래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이제 베이시스가 플러스 상황이 되었고, 이는 이러한 채권투자수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이제는 외화를 조달할 때 직접 외화자금시장으로 가는 것보다 원화 자금시장에서 원화를 조달한 후 이를 달러로 바꾸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 되었으므로 '원화 조달 + FX스와프 바이앤쎌 + 달러 단기채권 매수' 형태의 비즈니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생겼다. 만약 장기베이시스까지 플러스 영역으로 들어선다면 비거주자의 아리랑본드 발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지금까지 원화채권 수요를 만들었던 FX스와프시장의 베이시스가 이제 잠재적인 원화채권 공급 요인(혹은 자금 조달수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FX스와프시장의 플러스 베이시스가 풍부한 달러 유동성의 결과라고 한다면, 풍부한 달러 유동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이다. 이러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반도체 가격급등에 의한 급격한 수출 증가의 결과이니, 결국 이 모든 것이 또다시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명목 성장 급등과 소득 증가로 말미암은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사족을 달자면 9월 8일 발표된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명목 및 실질 국민총소득(GNI) 수치는 수출입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한 것보다 상당히 높았다. 더구나 총 영업잉여 증가율은 2분기에 +18.5%로 1분기의 +17%보다 더 높았다. 그리고, 발표된 7~8월 수출 증가율은 2분기의 평균인 50% 수준보다 높은 60~70% 수준이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분기별 성장은 차츰 낮아지겠으나 전년비 성장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이야기한 것처럼 반도체 설비 증가가 마무리된 후에는 반도체 가격하락을 생산량 증가로 만회하여 마침내 실질성장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무역데이터는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말미암은 여러 현상이 강한 추세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유창범 WiseFriend 대표)
장순환
shja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