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세계 채권시장의 대표적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대에 진입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가 계속 오르더라도 채권 자산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탈출 속도'(escape velocity) 개념이 더욱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2020년 이후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가격 하락에도 채권 투자의 손실 가능성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1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선 근처에 거래되고 있다.
채권시장은 공포에 휩싸였지만,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 투자자들에게 한 가지 희소식도 존재하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모닝스타의 채권 담당 리서치 이사인 알렉 루카스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지난 2020년 당시보다 훨씬 더 많은 완충 지대(쿠션)가 생겼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보유 이자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뜻이다. 실제 5% 금리 수준에서는 10년물 국채에 100만 달러를 투자할 경우 이자 수익만으로 연간 5만 달러, 10년간 총 50만 달러를 창출할 수 있다.
다만, 채권 금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고 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 자본 차익의 여력은 크게 줄어든다.
루카스 이사는 "투자자가 금리의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단기에서 중기 듀레이션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환경에서 채권의 가격 완충과 '탈출 속도'가 중요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채권시장에서 사용되는 '탈출 속도'란 금리가 계속 상승하더라도 채권 자산이 전반적으로 양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이 용어를 고안한 디시플린 펀드의 설립자인 쿨렌 로체는 CNBC를 통해 "금리가 1년에 1% 이상 오르면 가격 변동성에 흔들리게 되지만, 지난 2022~2023년에 보았던 수준의 손실은 입지 않을 것"이라며 "시작점이 훨씬 더 양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시대의 제로 금리 바닥 이후 금리가 크게 상승한 결과, 금리가 오르더라도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뜻이다.
로체에 따르면 미 국채 커브에서 채권 수익률이 수정 듀레이션이 같아지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는 1년간의 이자 수익이 금리 1% 상승으로 인한 가격 하락분을 상쇄한다.
그는 "오늘날과 같은 금리 수준에서는 5년 이하의 모든 채권에는 이런 쿠션(완충 지대)이 존재하지만, 그보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쿠션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클렌미드의 마이클 레놀즈 투자 전략 담당 부사장은 "현재 수익률 4.9%, 듀레이션 5.8년인 채권을 보유한 만기 보유 목적 투자자의 경우, 1년간의 이자 수익이 평가 손실로 상쇄되기까지 최대 0.84%의 금리 상승을 견딜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예측이 틀렸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장기 듀레이션에 더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개념은 가격 변화와 이자를 모두 고려해 일정 기간의 투자 성과를 측정하는 투자자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디멘셔널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글로벌 채권 헤드인 데이브 플레차는 "이자 수입이 많을수록 가격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버퍼나 가격 쿠션이 더 커진다"며 "가격 위험에 민감한 투자자라면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을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위험을 조금 더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듀레이션을 약간 더 길게 가져갈 수도 있다.
레놀즈 부사장은 "가장 가성비 좋은 구간은 7년에서 10년 구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로벌 엑스 ETF의 투자 전략 헤드인 스콧 헬프스타인은 만기 5년에서 10년의 미국 국채를 사다리 방식으로 분산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위험 부담 없이 3.5~4%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1~3개월 만기 채권에 여전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보다 만기를 조금 더 길게 가져가는 게 매우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헬프스타인 헤드는 "투자자들이 20년 만에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얻고 있다"며 "향후 1~2년 동안 금리가 약간 더 오르더라도 지난 20년 동안 받았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보상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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