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급효과 집중 검증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이 내년 2.9%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가운데 금융통화위원들은 반도체 호황의 파급효과와 전망의 근거를 집중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금통위 당일에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공개되자 채권시장이 급격한 약세를 보이며 크게 반응한 바 있다.
◇ 왜 한은만 내년 3% 가까운 성장률 제시했나
16일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한은이 주요 전망기관들의 전망치 2% 초반보다 높은 전망을 제시했다며 반도체 호황이 여타 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과 수출, 투자 및 소비에 대한 파급효과 등이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강한 성장세에 따른 수요측 물가 압력으로 2% 중반의 높은 근원물가 수준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며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지,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어느 정도 확대될 것인지 중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내수 파급효과는 소비 회복세가 고가 재량재 중심에서 서비스업 등으로 확대되는지, 늘어난 소득이 소비와 자산시장 중 어디로 유입되는지, 비IT 부문 소득 여건이 개선되는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다른 위원은 한은 전망치가 소득 여건 개선, 특히 실질 GDI의 성장이 다른 지출 항목을 통해 파급되는 경로를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면 전망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반도체 경기와 중동 상황에 대한 비관 시나리오가 있다며 이 시나리오 중 일부가 실현될 경우 민간소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관련 부서에 질의했다.
한은은 8월 금통위 당일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각각 3.3%와 2.9%를 제시했다.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도 각각 2.1%와 2.3%로 종전보다 0.1%포인트와 0.2%포인트 상향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는 비관 시나리오의 영향을 부문별로 나눠 추정하지는 않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중동 상황 악화나 반도체 경기 둔화가 소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해 물가상승률이 더욱 높아지거나, 반도체 경기 둔화로 주가가 큰 폭 조정되어 부(-)의 자산효과가 나타나는 경우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IT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앞서 한은은 내년 경제 성장 속도가 가팔라지는 이유로 IT 제조업 비중 확대를 꼽았다.
관련 부서는 "생산 측면에서 IT 제조업이 늘어나는 것은 지출 부문에서는 주로 재화 수출, 지적재산생산물투자에 반영된다"며 "간접적으로는 설비·건설투자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재화 수출 성장 기여도는 상당폭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채권시장 일부에서는 IT 제조업 비중 확대가 수요측 물가 압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건설·고용·GDI 두고도 검증…반도체 가격 하락한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건설 투자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 논거와 '3대 메가프로젝트'를 전망에 어떻게 반영했는지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관련 부서는 이에 대해 건설투자는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 회복 흐름에는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투자와 정부 주택공급대책의 효과가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및 청년층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관련 부서는 "경기 개선세가 지속되면서 민간 부문 고용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청년층 고용 부진에 대해서는 관련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내년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경우 국내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는 내년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하락 전환해도 올해 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은 데다 일부 장기공급 계약이나 선주문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감소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로 언급했다.
GDI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면서 GDP 갭으로 포착되지 않는 추가적인 수요압력이 근원물가를 높인다고 본 근거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는 "GDI 증가가 파급경로를 거쳐 GDP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며 "GDI 증가로 가계나 기업의 소비나 투자 여력이 증대되고, 내수 증가로 이어진다면 이 부분이 GDP 갭으로 포착되지 않는 추가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 호조의 파급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도 엿보였다.
한 위원은 "향후 성장 및 물가 경로에 반도체 경기 호조가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는 영향이 중요해 보이지만, 동 영향이 본격화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시점의 통계로는 확인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상장기업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반도체 제조사 이외의 상장기업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존에 주로 보던 지표 이외에도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해 반도체 호조의 파급효과를 파악해줄 것"을 관련 부서에 당부했다.
한은
hwroh3@yna.co.kr
노현우
hwroh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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