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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AI 브레이크 걸자"는 거물들…반도체업계 시사점은

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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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데이·올트먼 등 한목소리로 "속도조절"

對中 견제 강화하면 한국에 호재일 수도

AI 4대 수장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왼쪽부터),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AFP·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는 거물들이 '속도조절론'을 꺼내 들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규제론에도 AI향(向)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AI 모델과 반도체는 산업 내 역할이 다른 별도의 제품이라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부정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이 중국에 속도 조절을 압박하는 시나리오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오히려 호재로 풀이됐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AI 모델 개발 속도를 낮추자고 제안했다. 지나치게 빠르게 발전해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는 AI가 일자리와 사이버보안, 생물안전, 경제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모데이 CEO는 AI가 질병을 정복하고 경제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하면서도 안전과 규제를 강조했다.

이러한 의견에 경쟁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일론 머스트 테슬라 CEO도 동의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회장도 "중대한 순간에 옳은 방향"이라며 맞장구쳤다.

관건은 속도조절론의 현실화 가능성과 국내 반도체산업이 받을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공개통화에서 속도조절론을 반대했기에 현실화 가능성은 작다. 속도조절론이 현실화해도 메모리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AI 안전과 규제에 대한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내러티브다. 2023년, 올트먼 CEO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AI 기술이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증언했고, 고성능 모델 허가제와 전문 규제기관을 제안했다. 그해 올트먼, 허사비스, 아모데이 등 주요 업계 리더들은 AI로 인한 멸종 위험 완화는 팬데믹과 핵전쟁과 함께 세계적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증권 김두원 연구원은 "2023년 이후 AI 안전 논쟁이 산업 전체의 훈련 중단이나 반도체 발주 축소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AI는 소프트웨어, 반도체는 하드웨어라는 점도 속도조절론에 관한 반도체 업계 우려를 희석했다. 현재 AI 산업은 AI라는 모델(노동력)을 통해 AI 가속기(장비)가 깔린 데이터센터(공장)에서 토큰(제품)이라는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AI 업계 거물들이 안전을 명분으로 '노동력'의 발전 속도를 늦추자고 제안하더라도 '장비'인 반도체의 성능과 수요까지 제한될 이유가 없는 셈이다. AI 모델의 성능과 별개로 이 모델이 써야 하는 '곡괭이'인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이어질 전망이다.

속도조절론이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쓰이는 시나리오에서도 한국 반도체 산업은 웃을 수 있다. 아모데이 CEO는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중국의 발전 속도도 지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으로 향하는 첨단 AI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의 수출 제한을 강화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밀수 등을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AI 모델에 물리적인 제약을 걸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화웨이의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형 AI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화웨이 제품을 딥시크 등 프론티어 모델 개발사가 사용할수록, 실제로 연산을 처리하는 화웨이 칩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다. 중국산 프런티어 AI 모델 딥시크 V4는 화웨이의 어센트 910C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국이 딥시크 등 중국 프론티어 모델 개발사의 발목을 잡으면 중국 반도체 자립의 속도가 늦춰진다. AI 칩을 생산하는 화웨이뿐만 아니라 한국의 메모리 경쟁사인 CXMT와 YMTC의 발전 속도도 둔화할 수 있다.

속도조절론의 이유인 재귀적 자기개선(AI가 AI를 개발)은 위협인 동시에 반도체산업에 기회다. 사람이 AI를 개발하는 시대를 넘어 AI가 AI를 개발하는 시대로 돌입하면 연구개발 자동화가 추가적인 컴퓨팅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공개된 오픈AI의 '범용 인공지능(AGI)' GPT6-아스트라도 장래에 더 많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보탰다. 인간이 그동안 맡길 수 없던 작업까지 AGI가 처리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하나증권 강재구 연구원은 "재귀적 자기개선을 우려할 만큼 AI 연구개발 자동화가 빨라지고 있다면 사람 대신 컴퓨팅 자원이 AI 연구의 새로운 병목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부 서영태 기자)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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